죽음은 매듭을 푸는 게 아니라 반대로 묶는다. 이는 사회적 결속 의례이자 구심력이다. 죽어가는 사람은, 밀도와 질량을 얻어 다른 사회구성원을 자기 주위에 끌어당기면서 붕괴하는 자그마한 별이다.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안테르셀바」, 『작은 우주들』, 김운찬 옮김, 문학동네, 2017,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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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스의 말을 따르자면 죽어가는 사람은 백색왜성이다. 그/녀의 오그라든 육체는 주위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을 곁으로 불러모으면서 육체는 더욱더 쭈글쭈글해지고 작아진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의 일이다. 백색왜성은 아름다운 비유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은유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러니까, 고통이 없이는 은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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