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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6

신유물론: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과 이리스 반 데어 튠의 (박준영 옮김, 교유서가, 2021)을 읽었다. 저자들은 로지 브라이도티, 마누엘 데란다, 캐런 버라드, 퀑탱 메이야수를 신유물론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설정하고, 신유물론 개념의 교집합으로 '횡단성'과 '수행성'을 지목한다. 그들이 신유물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지지하는 까닭은 페미니즘이 처한 이론적 곤경, 즉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사회구성주의 사이의 진동을 신유물론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이분법을 근대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격렬하게 비난하고 이원론을 일원론으로 대체하기 위해 '횡단'(들뢰즈·가타리)과 '간행'(버라드)을 거듭 강조한다. 이들의 이론적 태도는 신유물론으로 묶이는 이론적 담론이 (분과학문으로서) 철학이라기보다 (학제간연구로서) 문화연.. 2023. 3. 11.
게일 루빈, 페미니즘을 급진화하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8.21) 게일 루빈, 페미니즘을 급진화하다 '일탈적' 페미니스트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재)사유하기 ‘페미니즘 전쟁’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페미니즘 이슈가 치열하게 제기되는 요즘이다.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헬조선’의 현실에서 기인하는 불안을 배경으로, 공공연히 자행된 여성혐오misogyny와 여성 살해femicide가 이 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불러일으킨 충격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메타 젠더주의자’ 정희진의 표현을 빌자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여성혐오는 2010년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최근의 여러 보도에서 드러나듯 출판계에서 페미니즘 책의 판매량은 수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여성학·젠더 .. 2016. 8. 25.
혁명의 한가운데에는 늘 여성이 있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13) 혁명의 한가운데에는 늘 여성이 있다 러시아 혁명에서의 여성과 페미니즘 운동 지금은 다들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투표권은 투쟁의 산물이다. 역사는 아무것도 아닌 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려 할 때마다 이미 권리를 보유한 이들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음을 증언한다. 남성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이 투표권을 획득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여성이 투표권을 얻는 건 더욱더 험난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투표를 하기에는 너무 미숙하고 집안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영국에서는 더욱더 가열한 참정권 투쟁이 일었고,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 같은 투사는 경마 경기 중 장내에 뛰어들며 “여성에게 투표권을!”을 외치다 말에 치어 죽기까지 했다. 그렇게.. 2016. 7. 14.
'위대한 거짓'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여성혐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23) '위대한 거짓'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여성혐오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인터넷 여성혐오를 파헤치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한다. “자신의 딸들을 죽인 자들이여, 자신의 딸들을 생매장한 자들이여, 최후의 심판의 날이 왔을 때 그녀들이 어떤 죄목으로 죽임을 당했는지, 너희들은 해명할 수 있겠느냐.”-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132쪽에서 인용. 작가이자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에서 『코란』에 적힌 글귀를 인용한다. 여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당대 아라비아인을 통렬히 비판한 무함마드는 죽음을 각오하고 포교를 했다.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하고 전파한 게 600.. 2016.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