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4 도서 촌평 1.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알랭 드 보통, 생각의 나무, 2002) - 이번엔 책 단평입니다. 왠지 단평이 쓰기 편하고 그러네요. ㅎㅎ;; 본서의 원래 출간년도는 2000년이고, 2002년은 국내출간년도입니다. - 제겐 프랑스 철학자 하면 갖게 되는 편견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요. 아무래도 미셸 푸코니 질 들뢰즈니 하는 철학자들의 언저리를 기웃거렸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죠. 사르트르, 보드리야르, 데리다, 라캉... 이런 이름들은 '현학적', '형이상학적' 이라는 수사들을 달고 오기 마련이었고, 이런 학자들을 들먹이며 이야기를 하면 친구 말마따나 곧잘 '인문학 똘똘이'가 되기 싶상이었습니다. -_-;; -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인문학 똘똘이가 아니라도 쉽게 읽.. 2008. 6. 23. [서평]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1990) (사진 : 예스24) 1.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이나 개념의 정의를 내리고자 할 때엔 사전을 뒤져보면 된다. 하지만 '~란 무엇인가' 등등의 문제가 제기하는 것이 그 사물(개념)의 사전적 의미를 묻는 일은 없다. 더 정확하게는 "(당신은)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란 질문에 더 가깝다. 이런 유의 질문에 공통된 대답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작가들만 봐도 그렇다. 작가가 쓴 소설은, 소설 일반에 대한 작가의 정의에 다름 아니다. 박민규에게 소설이란 매직서커스유랑단에서 광대가 벌이는 자학개그이고(그래서 그의 소설은 낄낄거리며 웃지만 가슴엔 어쩐지 싸한 게 남는다), 얼마전 작고하신 박경리 선생에겐 삶과 자연의 무한함에 대한 찬양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겐 어떤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2008. 5. 22. [서평]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1971) 젤라즈니의 이야기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2학년 무렵, 그 당시 나름 힘들고 어려울 때였다. 학교 생활도서관에서 그저 작가의 이름자 줏어들은 인연으로 집어든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 그 1권 '앰버의 아홉 왕자'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토속 판타지(속칭 양판소)에 학을 뗀, 주제에 눈만 높아서 명작이 아니면 읽으려들지 않는 나쁜 버릇의 시험을 쉽게 이겨냈다. 기억을 상실했던 한 남자가 침대 위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구성이 건조한 문체와 어우러져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북돋웠다. 특히,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지나치는 환경이 조금씩 왜곡되면서 진정한 세계 '앰버'로 들어가는 장면은 1권의 백미일성 싶다. 그 뒤로 2권 '아발론의 총' 이후로 젤라즈니의 책은 집어들지 .. 2008. 2. 19. [서평] 몽상과 상식 사이에서 균형찾기 (푸코의 진자 / 움베르토 에코, 1988) 이봐, 조심해. 세계의 제왕님(들)이 보고계셔 역사를 전공하든 혹은 그저 취미로 즐기든,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길목이 적어도 두 군데는 있다. 첫번째는 전쟁이고,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한 것이다.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나 동인 게임에서 종종 이름만 거론되곤 하는 '흑역사(黑歷史)'가 명칭상으로는 가장 부합할 게다. 통칭 '음모이론(theory of conspiricy)'이 바로 그것인데, 바로 미국의 건국과 세계제패를 '그림자 정부'의 음모에 의한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관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기존에 알던, 상식적인 역사해석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이 음모이론은 자기만의 논리로 세계를 해석하며 나름의 개연성을 얻어내기 때문에 언뜻 들으면 무척 합리적인.. 2008. 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