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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42

자유론 (On Liberty)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 은하 님의 포스팅 은 헤겔의 고언에서 시작한다. 지난주 모 우익논객과 철거민참사와 관련하여 논쟁을 벌이다가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밀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면모를 부각하자 상대는 밀이 제국주의자에, 빈민혐오증에, 엘리트주의자라고 비난하였다. 당시,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내가 했어야 했던 가장 중요한 바-'자유론'을 읽는 것-를 하지 않은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서평은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 부엉이의 울음에 불과하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공리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이어받은 사상가이자, 로 고전학파 경제학을 집대성한 경제학자, 웨스트민스.. 2009. 2. 1.
차가운 벽 후임 사제가 전임 사제의 목에 '황금가지'를 꽂아죽인 뒤 새로운 사제-왕으로 등극하는 고대 로마의 의례는, 그 의례의 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이야기라는 모습을 빌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온다. 신화와 연극과 시로 버무려진 고대 제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었다. 소설은 인간을 해부한다. 소설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존재해왔다. 고대 제의가 제 형태를 잃고 망각되어가면서 그 역할은 소설이 대신했다. 소설 역시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해석은 소설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당의정으로 바라보는 측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문학 그 자체의 밀도와 .. 2009. 1. 24.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약간의 돈은 사람에게 자유를 준다." 소설 의 주인공 양 웬리는 원래의 꿈인 역사학자가 되기 위해 일반대학에 가는 대신, 자유행성동맹군 사관학교에 들어간다. 조국에 대한 투철한 애국심 때문에? 천만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막대한 빚이 그의 등을 사관학교로 떠민 것이다. 장사꾼 기질이라곤 개미눈꼽 만큼도 없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들려준 말은 양 웬리로 하여금 돈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건 대부분 돈을 사랑하지만, 돈을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가 급속히 나빠진 IMF 구제금융 이래로 수많은 경제/경영 관련서적이 서가의 베스트 TOP10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젠 자기개발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9. 1. 18.
스타십 트루퍼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직면하는 문제가 있다. 군대.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피해보려고 간장을 타먹기도 하고, 가짜 진단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괄약근에 힘을 주기도 한다. 개인의 손해라는 측면이 아니라 이념으로 접근하는 이는 전쟁과 군대 그 자체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의 청춘을 군대에 바친다. 국민의 4대 의무로서, 이를 완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민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가산점 따위의 사탕발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나라가 남자를 군필자와 미필자, 쉽게 말해 예비역과 아직 군대 안 갔다온 놈으로 구분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한민국이 아직도 병영사회의 틀을 벗지 못한 구시대성으로 해석하든, 권리를 행사하기 전.. 2009.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