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19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한국에서 환상문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판타지소설’을 쓴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판타지소설이 대개 RPG의 매너리즘적 축소재생산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면 그렇다. 여기서 김민영의 나 김상현의 가 게임과 현실, 그리고 게임과 소설 사이의 긴장을 영리하게 포착한 판타지소설이란 점에서 국내환상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이랄 수 있으며, 기존 판타지소설의 유통구조 안에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구축했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환상문학과 판타지소설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출판/유통방식에 있다. 판타지소설이 PC통신/인터넷의 창작물을 출판하여 혹은 전업작가를 기용하여 대여점/만화방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상업화되었다면, 환상문학은 대여점 중심의 출판을 포기하고 웹진이나 등을 통한 비주류 루트 혹.. 2009. 2. 24. 시오노 나나미 전쟁3부작 역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사료도 아니고, 유물도 아니고, 상상력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 유수의 고궁에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경복궁의 심장인 근정전 앞에 서서 임금의 행차를 떠올려 본다. 좌우로 늘어선 문무백관 사이를 걷는 왕의 마음은 어땠을까. 임금의 자리 위를 덮는 높다란 지붕과 등뒤의 일월오악은 임금의 어깨를 얼마나 무겁게 했을까. 역사의 현장이란 결국 상상력의 문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재생을 위해서는 상상력보다 사료가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료는 항상 부족하다. 이 때 사료와 사료 사이의 간격을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상상력은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역사를 탐구한다는 것은 종종 탐정의 추리와도 같다. 지금 보유한 자.. 2009. 2. 5.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서슬이 시퍼렇던 나치의 마지막 시절 군 장교들이 히틀러 암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기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여기 연루된 상당수의 군 고위 장교들이 끔찍한 고문을 거쳐 대부분 사형당했다. 이것은 히틀러가 융커 세력에 가한 마지막 일격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독일 사회에는 아무런 기득권 세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영(零)"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영화 의 개봉으로 히틀러 암살작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 동안 밀덕들에겐 상식이었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쿠르스크 전투,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었던 히틀러 암살에 대한 인터넷 자료도 영화개봉과 보조를 맞춰 등록되거나 좀 더 보충되어 올려지고 있다(이에 대한 보다 현장감 있는 설명으로 를 비롯한 periskop 님의 .. 2009. 2. 4. 차가운 벽 후임 사제가 전임 사제의 목에 '황금가지'를 꽂아죽인 뒤 새로운 사제-왕으로 등극하는 고대 로마의 의례는, 그 의례의 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이야기라는 모습을 빌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온다. 신화와 연극과 시로 버무려진 고대 제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었다. 소설은 인간을 해부한다. 소설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존재해왔다. 고대 제의가 제 형태를 잃고 망각되어가면서 그 역할은 소설이 대신했다. 소설 역시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해석은 소설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당의정으로 바라보는 측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문학 그 자체의 밀도와 .. 2009. 1. 2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