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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by parallax view 2015. 6. 29.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문학동네, 2015)


  김경만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을 읽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도 그가 '글로벌 지식장'에서 접촉하고 경쟁했던 이들과 나눈, 영어로 쓰인 편지도 한 자 한 자 읽었다. 그가 조한혜정에게 가한 비판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든다. 조한혜정 또한 글로벌 지식장에서 경쟁하는 행위자라는 걸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그러나 저자는 조한혜정의 위치에 대한 언급이 '탈식민 이론'을 구축하자는 당위에 대한 비판과 무관하다 할 것이다).

  나는 저자가 이론에 대한 몰이해의 전형으로 해석한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는 '현장'에서 이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책으로 이해한다. 다만 조한혜정이 90년대에 이미 '이론가'로서의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생각한다면 김경만의 지적이 터무니없기만 한 건 아니다. 김경만이 보았을 때 그것은 글로벌 지식장에서의 인정투쟁과 이론 만들기를 포기한 것이고,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과학이라는 지식장의 형성을 포기하거나 방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경만은 "공략하기보다 낙후시켜라"는 조한혜정의 주장을 정반대로 뒤집는다. "낙후는 기만이다. 공략하라"는 전략이다. '한국적 이론' '탈식민 이론' '토착 이론' 운운하면서 대중서 출간이나 사회 활동에만 치중하고 정작 대결해야 할 학문적 논쟁에서는 발을 빼는 행태로는 수십 년간 해외 유학을 보내놓고도 자기 이론 하나 만들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때 그는 글로벌 지식장의 '기울기'를 너무 쉽게 무시하는 건 아닐까 싶다. 글로벌 지식장이라는 '문예공화국'의 시민으로 입장하기 위한 비용과 조건이 연구자의 노력만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인가. 자칫 능력주의로 귀결되기 쉬운 논의다. 그러나 김경만은 학자로서 지녀야 할 근성과 끈질김을 가지고 있음을 그의 '자기 문화기술지'에서 보여준다. 그 점만은 존경스럽고 또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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