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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

군도 : 민란의 시대

by parallax view 2014. 8. 10.

<군도 : 민란의 시대>(2014)에서 눈이 가는 부분은 조윤(강동원 분)과 도치(하정우 분)로 상징되는 인물 간의 배경 설명이다. 조윤은 양반의 서출로 태어나 갖은 설움을 겪으면서 아버지를 향한 인정 욕망을 키워간다. 그 과정은 내레이션을 통해 최대한 상세하게 부각된다. 말하자면 조윤에게는 '개인사'가 있다. 서출이나마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양반의 일원인 조윤은 근대적인 의미의 개인으로 존재한다(여기서 영화 속 실제 역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철종 시대 운운은 영화를 위한 설정에 불과하다). 반면 도치에게는 개인사라 할 만한 것이 없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서사의 전개를 통해서야 역사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때 눈앞의 이익에 마음이 동하지만 모질지 못해 일을 그르치고 그 결과 가족을 잃는다는 서사는 주인공의 상승을 위한 장치로 동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사를 설명한다는 것과 보여준다는 것 사이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조윤은 처음부터 '개인'이었지만, 도치는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는 '민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대비가 영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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