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보기보다 훨씬 가혹한 영화다.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노아는 또한 '아버지의 이름'에 충실한 아들이자 그 자신이 '아버지'인 가부장이다. 잔혹함은 CG로 구현된, 살기 위해 방주로 달려드는 인간을 타락천사가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장면에 있지 않다(거기에도 나름대로 섬찟한 면이 있다. 관람의 주체는 스펙타클의 대상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이들의 비명이 극장을 울리고, 그들에게 밧줄이라도 던져주자는 가족들의 간청에 저들은 모두 악하다고 단호하게 거부하는 노아를 카메라가 비춘다. 영화는 그럼으로써 정의란 얼마나 가혹한가를 드러낸다. 명령에 충실한 가혹함. 가부장의 가혹함. 노아의 결정은 가부장의 결정이며, 가족은 아무리 타협과 저항을 시도해도 결국 그의 결정에 따른다.
한편 노아와 대립하는 두발가인은 사악한 얼굴을 한 가부장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정의란 인간의 행복이나 바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진리를 아느냐 모르냐에 있다. 영화가 빛날 때는 정의의 가혹함을 환기하는 몇 장면에 그친다(노아가 인간의 점령지에 몰래 찾아가는 신, 방주 안팎으로 비명이 울리는 신, 아내가 노아의 결정을 비난하며 저주하는 신).
영화는 가부장의 '인간적인' 나약함과 축복을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봉합된다. 걸작은 아니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일축하기엔 해석할 여지가 있는 영화. (1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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