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2014)는 미국(인)의 정신분열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 안전보장을 향한 미국의 시도는 미국인 자신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9.11,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빅데이터, 위키리크스, 어산지와 스노든 같은 사건/인물이 영화의 배경에 자리잡고 서사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야말로 미국의 정치적 무의식을 보여주는 정치영화가 아닌가 하는 망상이 슬그머니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이다(<아이언맨3>(2013)는 간접적으로 아프간 참전군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다룬다).
전편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2011)에서 나치의 장르적 재해석에 불과했던 히드라는 안전과 자유가 양립불가능한 과제가 된 미국의 자가당착을 상징하는 기호로 재편된다(엔하위키 미러에서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스파이 게임>(2001)과 같은 첩보영화에 출연했음을 연상하면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나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커리어 상 <코드네임 콘돌>(1975)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 보다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적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미국은, 이제 끝없이 내부의 적을 색출해야만 국가의 존재이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중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는 더 이상 외부의 적이 없는 세계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것은 내전이며, 이대로 가다간 미국도 자멸할 것이라는 미국(인)의 공포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간의 어느 할리우드 영화나 마블 영화보다 눈길이 간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는 오늘도 자본주의의 종말 없는 세계의 종말을 재현하는 데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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