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기존 지구적 공치구조의 개혁을 강조한다면, 급진적 프로젝트는 일종의 공화주의적 원칙에 기초한 전세계적인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조직의 대안적 메커니즘ㅡ공공선이 전면에 등장하는 공동체들의 자치ㅡ을 창조하는 데 역점을 둔다(Burnheim 1986; Walker 1988; Falk 1995).
이러한 급진적 공화주의(radical republicanism)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능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조건을 형성하고 평등과 공동선과 자연환경과의 조화라는 사상에 기초한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급진적 공화주의자들이 생각하는 변화의 주체는 환경·여성·평화 운동과 같은 기존의 (비판적) 사회운동인데 이들은 '정치'의 통설적 정의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제기구의 권위에도 도전한다. 이러한 신사회운동은 저항과 자력화의 정치를 통해 조직화된 노동운동과 같은 (구)사회운동이 일국의 민주주의 투쟁과정에서 수행한 역할과 비슷하게 지구적 민주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새로운 운동은 전세계적으로 임박한 생태·경제·안보 위기에 대항하는 저항과 연대의 초국적 공동체들을 동원한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경제적 평등의 달성, 자기개발을 위한 필요조건의 확립, 자치적 공동체의 창조 등에 집중한다. 시민들이 상호 중첩되는 (국지적·지구적) 이익 및 정서 공동체에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 신사회운동의 정치에서 중심적인 과제이자 공화주의적 자치원칙에 부합되는 사회·정치·경제 조직의 새로운 모델과 형태의 모색에서 중심적인 과제이다. 급진적 공화주의 모델은 지구적 질서의 민주화와 교화에서 '상향식' 이론이다. 이 모형은, 개인주의 및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합리적 자기이익 옹호와는 반대로, 다수의 '운명공동체'와 사회운동의 존재에 근거를 둔 '인도적 공치'의 규범적 이론을 대변한다.
- 데이비드 헬드 외, 『전지구적 변환』, pp.698-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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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를 읽다, 대안세계화 운동이 어디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는지 떠올라 발췌했다(leopord, <9월이여, 오라>). 굵은 글씨는 본문에서 강조한 것이다. 한편, 헬드가 주장하는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전지구적으로 확장하자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때문에, 급진 공화주의적 입장에 (지구화의) 변환론을 가미했다는 인상밖에 주지 않는다. 지금 보니 당시에도 그닥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겠구나 싶다.
무엇이 급진 공화주의 '전통'의 시작일까. 그라쿠스 형제?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 제1, 2인터내셔널? 혹은 68혁명? 여기에 라클라우·무페의 급진 민주주의나 네그리·하트의 제국/다중까지 혼합되면 개념은 아수라장이 된다. 애초부터 급진 공화주의는 '모두의 민주주의'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단일한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지구화 단계에서 급진 공화주의와 대안세계화 운동의 포지션은 분명하다. 현재의 전지구적 질서는 강대국과 초국적 자본이 담합한 과두정 체제oligarchy이고, 이 과두정 체제에 자신의 삶을 맡길 수 없다고 선언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급진 공화주의자이다. G20과 FTA, 나르마다 강 개발과 4대강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 말이다. 어쩌면 당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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