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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스눕

by parallax view 2010. 10. 7.

『스눕』(샘 고슬링, 황상민 감수, 김선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2010)은 성격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흔적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다. 심리학의 인기가 얼마나 전지구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심리학의 '심' 자만 들어가도 꽤 잘 팔리는 것 같다. 행태 연구를 토대로 일정한 개선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넛지』와 비슷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위트가 있고, 가벼운 볼륨에 어울리는 내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넛지』보다 낫다(leopord, <2010년 첫 달의 책 얘기>).

리뷰를 읽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스눕』에서 소개되는 스누핑snooping은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의 추리 스타일을 일상의 영역에 적용하는 시도를 말한다. 평소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많은 정보를 흘리고 다닌다."는 데에 동의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단서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못된 버릇(!)이 있는 관계로, 좋은 스누핑 전략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쳤다. 여느 독자든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보기 좋게 낚였는데,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으니 좋은 낚시라고 하겠다. 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고슬링의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홈페이지에 대한 분석이다. 고슬링은 한 사람의 내면을 추리하기에 적합한 장소(사물)로 침실과 아이팟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홈페이지를 꼽는다.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는 스누퍼들의 맛좋은 먹이감이다(여러분. 여기는 <leopord의 무한회귀>라고 합니다. 알아서들 맛있게 드시길.). SNS가 보편화되는 지금 와서는 특히나 개인의 내면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고슬링의 주장에 따르자면, 예리한 스누퍼snooper는 페이스북에 노출된 사진과 글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적확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거야 얼마든지 내 의도대로 꾸밀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문은 쉽게 기각된다. 왜냐하면 흔적이란 의도적으로 노출된 자아정체성이고, 감정을 조절하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행동양식의 잔여물이라는 꽤 성가신 녀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SNS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개인의 내면을 지키는 최선일까?).

공간에 남겨진 흔적이 그 사람의 성격을 반영한다는 연구를 뒤집어, 한 사람의 성격을 토대로 공간을 재창조한다는 발상으로 연결되는 것도 있음직하다. 

트라비스의 작업은 스누퍼들에게 황홀한 새로운 차원의 장을 연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맞춤 디자인된 집을 가질 수 있거나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무의미한 관념들을 표면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함축적인 관련성들 중 많은 부분이 여러분이 창조하는 공간에 반영될 수 있다. 설사 여러분이 선호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트라비스의 고객 중 한 사람이 어린 시절 어른 의자에 앉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던 기억을 그리운 듯 회상하자 트라비스는 부엌에 높은 스툴이 딸린 조리대 겸 식탁을 만들어 그녀가 어린 시절처럼 허공에서 발을 저을 수 있도록 화답했다. (p.365)

이에 따르자면 성격을 통한 공간의 창조는 결국 한 사람의 과거로 침투하는 과정이다. 끝내 맞닿는 지점은 이야기narrative다. 한 사람의 심리란 그가 겪었던 과거와 현재 위에서 직조되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이란, 특히 현대 심리학이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아닐까. 이야기를 가진 인간, 즉 '서사적 인간'을 고리로 샌델과 매킨타이어를 엮을 수도 있겠다(leopord,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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