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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군주론>과 관련된 서한들 중 하나

by parallax view 2010. 4. 28.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당시 교황청 대사로 주재하던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보낸 편지(1513년 12월 10일)

 이 편지는 베토리가 자신의 로마 생활을 서술한 11월 23일자 편지에 대한 답신으로 쓰여졌다. 마키아벨리는 이 편지에서 자신의 소유지에서 아침에는 일을 감독하고, 단테, 페트라르카, 티불루스 및 오비디우스와 같은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가까운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카드 놀이를 하면서 소일하며, 저녁에는 저작에 몰두하는 자신의 생활을 쓰고 있다.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서 서재에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하루 종일 입었던 진흙과 먼지가 묻은 옷을 벗고 궁정에서 입는 옷으로 정장을 합니다. 그렇게 적절히 단장을 한 후 옛 선조들의 궁정에 들어가면 그들은 나를 반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만의,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난 음식을 먹습니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들의 행적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이유를 캐묻습니다. 그들은 친절하게 답변을 하지요. 네 시간 동안 거의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며, 모든 근심과 가난의 두려움을 잊습니다. 죽음도 더 이상 나를 두렵게 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완전히 선조들에게 맡깁니다.

 우리가 읽은 것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지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테가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성과를 기록해서 「군주국에 관하여(On Principalities)」라는 소책자를 썼습니다. 그 책에서 나는 가능한 한 깊이 이 주제를 탐구했는데, 군주국이란 무엇이고, 어떤 유형들이 있으며, 어떻게 군주국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잃게 되는가의 문제를 논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쓴 글들 중에서 감히 당신을 기쁘게 할 것이 있다면, 이 글은 당신의 구미에 맞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더욱이 이 책은 군주들이, 특히 신생 군주들이 환영할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그 책을 위대한 줄리아노 전하께 바치려고 합니다. 필리포 카사베키아도 그 책을 보았는데, 비록 내가 그 책을 아직도 수정하며 보태고 있지만, 그 책 자체와 그 책에 관해서 나와 논의한 바를 무언가 당신에게 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사여, 당신은 내가 이러한 생활을 청산하고 당신과 더불어 공직생활에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나도 분명히 장차 그런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있습니다. 한 6주 지나면 그 일이 해결될 것입니다. 나로 하여금 망설이게 하는 것은 소데리니 형제도 거기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거기 가면 나는 의당 그들을 방문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바르기엘로의 감옥에 투옥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이 정권은 매우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안정되어 있지만, 아직도 새 정권이라 의심이 많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거기에는 (파골로 베르티니처럼) 잘난 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은 영리한 체하느라고 나를 골탕먹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이러한 두려움을 완화시켜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 나는 분명히 이미 말한 시기에 당신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나의 이 작은 책에 관해서 필리포와 상의했으며 이 책을 헌정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그리고 몸소 직접 바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사람을 통해서 대신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관해서 논의했습니다. 바치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줄리아노가 읽지 않을지도 모르며, 그러면 아르딩헬리가 나의 이 최근의 노작에 대한 공을 가로채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바치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곤궁한 처지에 봉착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으며, 현재의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나는 빈궁함으로 인해서 경멸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겠지요. 또한 나는 메디치 군주들이, 비록 나에게 돌을 굴리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해도, 나를 채용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도 내가 그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내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만약 그들이 읽기만 한다면, 내가 국가 통치술에 관해서 연구한 지난 15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봉사받는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더욱이, 나라는 사람은 항상 진솔했고 이제 와서 못 믿을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진솔함에 추호도 의심을 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처럼 43년 동안이나 진솔했고 무사공평했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격을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나의 가난함이 나의 신실함과 무사공평함을 보증하겠지요. 이 문제에 관한 당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답신을 보내주시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번영을 빌며.

1513년 12월 10일
피렌체에서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문지영 옮김 / 까치, 2003, pp.187-190)에서.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취업에 실패하고 만다.OTL 그러다 "안 될꺼야, 아마..." 모드로 '오르티 오리첼라리'에서 토론에 몰두한다. <로마사 논고>(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안선재 옮김 / 한길사, 2003)가 나온 배경이다. 말년에 가서야 메디치 가의 지시로 <피렌체사>를 집필하지만, 메디치 가는 여전히 공화정 시대의 외교관 겸 군사담당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메디치 가의 독재는 또 한 번 전복되고 공화국이 부활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새 정부에게 있어 한물 간 공화주의자였고, 무엇보다 메디치 가에 꼬리를 흔든 개로 보였던 것 같다. 끝내 복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빈한한 삶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인간이, 빈한할 때 가장 빛나는 작품을 남겼다는 건 아이러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뒤적이며 읽곤 한다. 왜 그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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