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수찬의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에 이어(leopord, <100409>), 이번에는 출판과 관련한 책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 / 휴머니스트, 2009)는 편집자 지망생 뿐 아니라 현직 편집자에게 풍부한 정보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한국의 <The Chicago Manual of Style>(본서의 참고문헌 맨 처음에 기재되어 있다. '출판 편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과 지침서'라고 한다.)이라는 평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알라딘의 마이리뷰 중에는 기획에 치중한 감이 있어 아쉽다는 평이 있는데, 편집 현장의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나는 하나하나 꼭꼭 씹어먹기 바빴다. 출판 목록과 스테디셀러가 편집자와 출판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새삼 알았다.
2. 김학원은 '저자, 어떻게 찾고 섭외하는가?'에서부터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까지 출판 기획의 A-Z을 세세히 열거하고 있다. 저자는 <미학 오디세이>(새길. 휴머니스트에서 재간), <철학과 굴뚝 청소부>(새길)를 출간했고, <르몽드 세계사>,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등을 낸 휴머니스트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으로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줄곧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내온, 경험 풍부한 편집자의 조언이라는 점에서 무척 유용한 책이다.
3.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디테일보다 '꿈'에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제목은 책의 눈이라고 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책이 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편집자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그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 눈에 담긴 질문을 공유한다. 즉, 꿈을 공유한다. 각 챕터 후반부에 삽입된 '놓치기 쉬운 결정적인 실수'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현장에서 쓴 편집자 노트' 등이 특히 흥미롭다. 현장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경험담이고, 이제 막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반면교사다. 한편,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바로 이 책에 들이대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예컨대 '신간 기획안, 어떻게 입안하고 결정하는가?' 챕터에 나온 사례와 기준들을 적용해 본다던가, '머리말에서 찾아보기까지, 책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챕터를 참고 삼아 약표제지, 표제지 설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즉, 맛보기로라도 편집자의 눈으로 책을 보는 관점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4. 책은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는 사실상 여백으로 남겨졌다고 해야 할 게다. 변화는 항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온갖 극성에도 불구하고 CD-ROM 도서 사업이 몰락의 길을 걸은 이후, 디지털 혁명에 대한 거품은 많이 사그라든 듯하다. 그럼에도 기술에 대한 열광은 여전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블로그와 트위터는, 그 외 진행 중인 기술 혁신은 출판의 미래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책을 쓰고 만드는 게 기술이 아니라 사람인 이상, 기술이라는 변수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거나 반동적으로 퇴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여전히 남겨진 질문은 "어떤 편집자(저자)가 되어야 할 것인가?"이다. 기술과 시장 변화에 예민하면서도 '인간'을 잃지 않는 세심함이 요구되는 시대 아닐까.
5.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은 앞에 형용사 하나를 감추고 있다. '좋은 편집자'란 무엇인가? '미래의 편집자를 위한 조언'과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챕터에서 그 단상이 드러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업계의 실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한국에서 편집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려준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하다지만, 좋은 편집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우리 출판 환경을 조금씩 바꿔가길 바라게 된다. 그래도 역시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사람을, 그리고 책으로 바꿀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 김학원은 '저자, 어떻게 찾고 섭외하는가?'에서부터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까지 출판 기획의 A-Z을 세세히 열거하고 있다. 저자는 <미학 오디세이>(새길. 휴머니스트에서 재간), <철학과 굴뚝 청소부>(새길)를 출간했고, <르몽드 세계사>,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등을 낸 휴머니스트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으로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줄곧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내온, 경험 풍부한 편집자의 조언이라는 점에서 무척 유용한 책이다.
3.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디테일보다 '꿈'에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제목은 책의 눈이라고 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책이 독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편집자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그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 눈에 담긴 질문을 공유한다. 즉, 꿈을 공유한다. 각 챕터 후반부에 삽입된 '놓치기 쉬운 결정적인 실수'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현장에서 쓴 편집자 노트' 등이 특히 흥미롭다. 현장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경험담이고, 이제 막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반면교사다. 한편,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바로 이 책에 들이대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예컨대 '신간 기획안, 어떻게 입안하고 결정하는가?' 챕터에 나온 사례와 기준들을 적용해 본다던가, '머리말에서 찾아보기까지, 책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챕터를 참고 삼아 약표제지, 표제지 설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즉, 맛보기로라도 편집자의 눈으로 책을 보는 관점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4. 책은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는 사실상 여백으로 남겨졌다고 해야 할 게다. 변화는 항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온갖 극성에도 불구하고 CD-ROM 도서 사업이 몰락의 길을 걸은 이후, 디지털 혁명에 대한 거품은 많이 사그라든 듯하다. 그럼에도 기술에 대한 열광은 여전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블로그와 트위터는, 그 외 진행 중인 기술 혁신은 출판의 미래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책을 쓰고 만드는 게 기술이 아니라 사람인 이상, 기술이라는 변수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거나 반동적으로 퇴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여전히 남겨진 질문은 "어떤 편집자(저자)가 되어야 할 것인가?"이다. 기술과 시장 변화에 예민하면서도 '인간'을 잃지 않는 세심함이 요구되는 시대 아닐까.
5.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은 앞에 형용사 하나를 감추고 있다. '좋은 편집자'란 무엇인가? '미래의 편집자를 위한 조언'과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챕터에서 그 단상이 드러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업계의 실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한국에서 편집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려준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하다지만, 좋은 편집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우리 출판 환경을 조금씩 바꿔가길 바라게 된다. 그래도 역시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사람을, 그리고 책으로 바꿀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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