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발언(오마이뉴스, <노회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뺀 진보대연합 이루자">)에 대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반응과, 그에 대한 역반발은 이제 너무 닳고 닳아 패턴화된 감마저 있다. 외관만 보면 진보개혁세력으로 묶일 수 있는 이들 간의 감정 싸움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좋든 싫든 여러 면에서 (정당으로 분류하자면)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신생정당으로서 현실권력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진성정당을 표방하며 당원의 직접참여를 장점으로 적극 부각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대중의 파토스(덧붙여 파토스를 대변하는 정치적 캐릭터)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 닮은 사람끼리는 아주 친하거나 아주 미워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다는 속설을 그 자체로 다이내믹스인 정치에 들이대는 건 무리긴 하지만, 적어도 진보신당 지지자와 국민참여당 지지자(더 소급하자면 노무현 지지자) 간의 긴장은 닮은 사람 간의 혐오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변화에 대한 열망, 특히 이명박에 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미워하는가? 한쪽은 이른바 "깜박이는 좌회전, 핸들은 우회전"이라는 중도의 우경화와, 개혁진영의 정치적 캐릭터(유시민)의 일관성 없음과 소패권주의를 비난하고, 다른 쪽은 좌파의 '극좌성'과 이상주의, 현실권력에 대한 무력함을 든다.
3. 중립적인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나도 진보신당 지지자 중 한 명으로서, 노무현 지지자들의 격한 반응이 불편하다. 특히 진보신당을 비롯한 좌파를 극좌로 비난하는 데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지칭하는 극좌성이란 무엇인가? 노동시장 유연화 반대와 한미 FTA 저지, 무상의료 확대 등이 그렇게도 극단적으로 좌경화된 견해일까? 좌-우 스펙트럼이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기준으로 잡고 좌와 우를 가르는 것은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조선일보 프레임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발상이다. "좌로, 더욱 더 좌로" 라는 좌파의 입장은 생각보다 훨씬 우경화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불균등과 소득 양극화를 돌파하기 위한 방향이다. 균형이 어떻게 딱 중간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정치적·경제적 권력의 쏠림현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좌를 향하지 않고서는 중도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무척 온건하고 실용적으로 보이는 중도란, 사실 좌와 우 사이의 힘의 균형과 공백에 자리할 뿐이지, 그 자체로 균형추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4. 노회찬의 "민주당을 뺀 진보대연합" 발언에 대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반발이 유시민의 "연대 못하면 모두 루저" 발언으로 연결된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게다. 여기서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느냐 라고 본다. 막연히 민주주의 하자는 논의는 사실상 하나마나다. 여기서 진정성을 끌어들이지도 말자. 노회찬도, 유시민도, 하다못해 이명박도 진정성을 갖고 있으니까. 가치에 대한 고민과 충돌 없이 그저 반MB만 한다고 해서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꺾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박 집권기가 암울한 시기인 건 분명하지만, 일단 권력부터 잡고 보자는 발상은 스스로를 꼬마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 밖에 더 될까? 무엇을 위한 연대인지, 어떤 정책으로 연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는 연대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이뤄진다 해도 허울 뿐인 연대가 되기 십상 아닐까.
5. 물론 진보신당(여기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이글루 내에서 거의 배제되었다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에도 약점은 많다. 아직도 모호한 당명에서부터 복잡한 당 강령에, 힘들게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1명을 배출했지만 지지층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고, 서울시장 후보자도 재판과정에서 자칫하면 후보등록도 못할 상황에 처할 뻔했다. 당론도 합의되지 못할 때가 많아 보이고, 당을 알리는 뒷심도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 결국 사람이 적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지방선거에 사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때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해 연대부터 해야 한다"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당이 오래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가치를 고수하고 힘을 기르는 당이 오래갈 것인가.
6. 정치학자 강원택의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보면, 영국 보수당의 '실용적 기회주의'는 보수당의 가치를 버리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태생이 간부정당이고 귀족계급 중심이었으며 자기 계급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종종 반동적이기도 했지만, 거꾸로 시대에 따라 쇠락해가는 계급적 이해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에게 양보를 했던 역사가 보수당의 역사다. 중도의 교과서로 언급되는 기든스의 <제3의 길> 또한 단순히 "사회주의는 안 된다"로 환원할 수 없는 책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과연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그래서 반대자는 물론 지지자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지만 김대호 씨 같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것도 그 가치를 제시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일 게다.)?
7. 연대란, 집권이란, 더 나아가 정치란 자신의 가치를 지킨다는 걸 전제로 한다. 방향 없는 실용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지금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정책 연대를 허울 좋은 말 뿐이라고 비난만 해선 안 된다. 정치는 물론 철과 피의 격전장이지만, 동시에 가치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가치를 고민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일 뿐이다.
2. 닮은 사람끼리는 아주 친하거나 아주 미워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다는 속설을 그 자체로 다이내믹스인 정치에 들이대는 건 무리긴 하지만, 적어도 진보신당 지지자와 국민참여당 지지자(더 소급하자면 노무현 지지자) 간의 긴장은 닮은 사람 간의 혐오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변화에 대한 열망, 특히 이명박에 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미워하는가? 한쪽은 이른바 "깜박이는 좌회전, 핸들은 우회전"이라는 중도의 우경화와, 개혁진영의 정치적 캐릭터(유시민)의 일관성 없음과 소패권주의를 비난하고, 다른 쪽은 좌파의 '극좌성'과 이상주의, 현실권력에 대한 무력함을 든다.
3. 중립적인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나도 진보신당 지지자 중 한 명으로서, 노무현 지지자들의 격한 반응이 불편하다. 특히 진보신당을 비롯한 좌파를 극좌로 비난하는 데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지칭하는 극좌성이란 무엇인가? 노동시장 유연화 반대와 한미 FTA 저지, 무상의료 확대 등이 그렇게도 극단적으로 좌경화된 견해일까? 좌-우 스펙트럼이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기준으로 잡고 좌와 우를 가르는 것은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조선일보 프레임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발상이다. "좌로, 더욱 더 좌로" 라는 좌파의 입장은 생각보다 훨씬 우경화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불균등과 소득 양극화를 돌파하기 위한 방향이다. 균형이 어떻게 딱 중간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정치적·경제적 권력의 쏠림현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좌를 향하지 않고서는 중도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무척 온건하고 실용적으로 보이는 중도란, 사실 좌와 우 사이의 힘의 균형과 공백에 자리할 뿐이지, 그 자체로 균형추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4. 노회찬의 "민주당을 뺀 진보대연합" 발언에 대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반발이 유시민의 "연대 못하면 모두 루저" 발언으로 연결된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게다. 여기서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느냐 라고 본다. 막연히 민주주의 하자는 논의는 사실상 하나마나다. 여기서 진정성을 끌어들이지도 말자. 노회찬도, 유시민도, 하다못해 이명박도 진정성을 갖고 있으니까. 가치에 대한 고민과 충돌 없이 그저 반MB만 한다고 해서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꺾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박 집권기가 암울한 시기인 건 분명하지만, 일단 권력부터 잡고 보자는 발상은 스스로를 꼬마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 밖에 더 될까? 무엇을 위한 연대인지, 어떤 정책으로 연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는 연대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이뤄진다 해도 허울 뿐인 연대가 되기 십상 아닐까.
5. 물론 진보신당(여기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이글루 내에서 거의 배제되었다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에도 약점은 많다. 아직도 모호한 당명에서부터 복잡한 당 강령에, 힘들게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1명을 배출했지만 지지층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고, 서울시장 후보자도 재판과정에서 자칫하면 후보등록도 못할 상황에 처할 뻔했다. 당론도 합의되지 못할 때가 많아 보이고, 당을 알리는 뒷심도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 결국 사람이 적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지방선거에 사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때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해 연대부터 해야 한다"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당이 오래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가치를 고수하고 힘을 기르는 당이 오래갈 것인가.
6. 정치학자 강원택의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보면, 영국 보수당의 '실용적 기회주의'는 보수당의 가치를 버리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태생이 간부정당이고 귀족계급 중심이었으며 자기 계급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종종 반동적이기도 했지만, 거꾸로 시대에 따라 쇠락해가는 계급적 이해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에게 양보를 했던 역사가 보수당의 역사다. 중도의 교과서로 언급되는 기든스의 <제3의 길> 또한 단순히 "사회주의는 안 된다"로 환원할 수 없는 책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과연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그래서 반대자는 물론 지지자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지만 김대호 씨 같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것도 그 가치를 제시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일 게다.)?
7. 연대란, 집권이란, 더 나아가 정치란 자신의 가치를 지킨다는 걸 전제로 한다. 방향 없는 실용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지금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정책 연대를 허울 좋은 말 뿐이라고 비난만 해선 안 된다. 정치는 물론 철과 피의 격전장이지만, 동시에 가치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가치를 고민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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