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파 대 신좌파
(sonnet 님 포스팅)
반면 68운동을 전후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한 서구의 신좌파들은 기존의 좌파 혹은 우파와 같은 주제를 놓고 정면승부를 벌이는 대신 상아탑에서 지적 니치마켓을 구축하고 구좌파가 B급 주제라고 생각한 문제들을 자신들의 주제로 삼았다. 구좌파적인 감각으로 말하자면 신좌파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주제들은 잘 해야 당의 문화선전부서의 전결사항 쯤일 뿐, 당중앙이 정신을 뺏겨야할 정도의 최우선 사항은 아니었다고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상 sonnet 님 글 인용)
(존칭생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병선을 구좌파에, 이택광을 신좌파에 빗대는 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sonnet 스스로 말했듯이 '과도한 단순화'다. 재밌는 건 sonnet이 구좌파의 언어로 신좌파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이택광이 구좌파에 가깝지, 신좌파에 가깝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에 구좌파와 신좌파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해야 할 거 같다.
구좌파를 '혁명가'에, 신좌파를 '먹물'에 비유하는 것부터 오해가 있다. 단지 한국에서의 구좌파와 신좌파가 68혁명을 전후한 시기의 구좌파와 신좌파와 동일할 수 없다는-한국에서 '신좌파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는-역사적 차이 뿐만 아니라, 68혁명기의 신좌파들이 논했던 B급 주제란 현재에 와서 A급 혹은 S급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민주화' 논의에서 라클라우와 무페의 이론적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 근대 권력의 탈역사성(근대가 역사적으로 '자연스레' 찾아온 것이 아니라, 설계되고 구성되었다는 것)을 추적해 근대 권력(지식)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했던 미셸 푸코의 연구들, 무엇보다 환경, 인권, 인종, 여성에 대한 테마들이 전세계(지역과 세계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네트워크의 세계)의 문제로 떠오른 지금에는 상당히 유효하다. 이른바 '부문 운동'은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결국 권력의 문제이며, 이 권력을 누가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과 전략의 차이에서 구좌파와 신좌파가 갈라진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구좌파는 '혁명가'이자 '먹물'이며, 그건 신좌파도 마찬가지다. sonnet의 논의는 모더니스트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과도 일정하게 상통하지만(그리고 구좌파와 신좌파의 구분이 냉전질서 해체와 신자유주의 시대와 함께 모호해진 역사적 배경도 고려해야 하지만) 여기선 그 이야기는 접고, 다시 정병선과 이택광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정병선을 구좌파로 보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택광을 신좌파로 보는 데엔 무리가 있다. 그가 라캉을 대중심리 분석의 이론적 도구로 사용하긴 하지만, 그의 분석은 그렇게 한가하지도 말랑말랑하지도 않다. 촛불의 주체를 '중간계급'으로 분석하는 것이나, 헌법의 자유주의적 가치조차 권력에 의해 위배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중이 요구해야 하는 것은 '자유주의'라는 주장은 신좌파가 아니라 차라리 구좌파적인 것이다. 나는 이택광이 지향하는 바는 라캉이라기보다 지젝이라고 보기에, 지젝과 마찬가지로(지젝이 <지젝이 만난 레닌>(Revolution at the Gates)을 통해 과거의 레닌을 현재로 소환하고 재해석을 시도하듯이) 라캉의 언어를 빌려 '지금/여기'의 권력의 기저를 파헤치고 있다고 본다. 즉, 이택광은 여전히 변혁을, 그것도 상당히 구좌파적인 변혁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그 점에서 정병선의 PD 새끼 운운 발언은 한국에서 68을 전후한 신좌파가 의미있는 세력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다.).
정병선의 궁싯거림(<PD새끼들은 왜 그렇게 문화에 집착할까?>)은 사실 공격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의 언어는 애시당초 이택광을 비롯한 이른바 '문화좌파'에 대한 불평일 뿐이다. 이걸 애써 끄집어내어 구좌파 정병선의 신좌파 이택광 공격으로 확대하고, 구좌파와 신좌파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소급하는 건 솔직히 억지다.
글 말미를 '구좌파적인 감각'으로 마무리짓는 것은 구좌파-신좌파에 대한 오해(혹은 넘겨짚음)를 감추는 도구로 보인다. '철과 피의 문제'를 다루는데 익숙한 현실주의적-정책적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으로선 정치와 권력이 '철과 피'의 근저의 문제, 그리고 '철과 피'를 넘어서는 문제라는 걸 선뜻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거란 생각은 든다.
(sonnet 님 포스팅)
반면 68운동을 전후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한 서구의 신좌파들은 기존의 좌파 혹은 우파와 같은 주제를 놓고 정면승부를 벌이는 대신 상아탑에서 지적 니치마켓을 구축하고 구좌파가 B급 주제라고 생각한 문제들을 자신들의 주제로 삼았다. 구좌파적인 감각으로 말하자면 신좌파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주제들은 잘 해야 당의 문화선전부서의 전결사항 쯤일 뿐, 당중앙이 정신을 뺏겨야할 정도의 최우선 사항은 아니었다고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상 sonnet 님 글 인용)
(존칭생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병선을 구좌파에, 이택광을 신좌파에 빗대는 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sonnet 스스로 말했듯이 '과도한 단순화'다. 재밌는 건 sonnet이 구좌파의 언어로 신좌파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이택광이 구좌파에 가깝지, 신좌파에 가깝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에 구좌파와 신좌파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해야 할 거 같다.
구좌파를 '혁명가'에, 신좌파를 '먹물'에 비유하는 것부터 오해가 있다. 단지 한국에서의 구좌파와 신좌파가 68혁명을 전후한 시기의 구좌파와 신좌파와 동일할 수 없다는-한국에서 '신좌파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는-역사적 차이 뿐만 아니라, 68혁명기의 신좌파들이 논했던 B급 주제란 현재에 와서 A급 혹은 S급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민주화' 논의에서 라클라우와 무페의 이론적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 근대 권력의 탈역사성(근대가 역사적으로 '자연스레' 찾아온 것이 아니라, 설계되고 구성되었다는 것)을 추적해 근대 권력(지식)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했던 미셸 푸코의 연구들, 무엇보다 환경, 인권, 인종, 여성에 대한 테마들이 전세계(지역과 세계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네트워크의 세계)의 문제로 떠오른 지금에는 상당히 유효하다. 이른바 '부문 운동'은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결국 권력의 문제이며, 이 권력을 누가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과 전략의 차이에서 구좌파와 신좌파가 갈라진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구좌파는 '혁명가'이자 '먹물'이며, 그건 신좌파도 마찬가지다. sonnet의 논의는 모더니스트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과도 일정하게 상통하지만(그리고 구좌파와 신좌파의 구분이 냉전질서 해체와 신자유주의 시대와 함께 모호해진 역사적 배경도 고려해야 하지만) 여기선 그 이야기는 접고, 다시 정병선과 이택광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정병선을 구좌파로 보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택광을 신좌파로 보는 데엔 무리가 있다. 그가 라캉을 대중심리 분석의 이론적 도구로 사용하긴 하지만, 그의 분석은 그렇게 한가하지도 말랑말랑하지도 않다. 촛불의 주체를 '중간계급'으로 분석하는 것이나, 헌법의 자유주의적 가치조차 권력에 의해 위배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중이 요구해야 하는 것은 '자유주의'라는 주장은 신좌파가 아니라 차라리 구좌파적인 것이다. 나는 이택광이 지향하는 바는 라캉이라기보다 지젝이라고 보기에, 지젝과 마찬가지로(지젝이 <지젝이 만난 레닌>(Revolution at the Gates)을 통해 과거의 레닌을 현재로 소환하고 재해석을 시도하듯이) 라캉의 언어를 빌려 '지금/여기'의 권력의 기저를 파헤치고 있다고 본다. 즉, 이택광은 여전히 변혁을, 그것도 상당히 구좌파적인 변혁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그 점에서 정병선의 PD 새끼 운운 발언은 한국에서 68을 전후한 신좌파가 의미있는 세력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다.).
정병선의 궁싯거림(<PD새끼들은 왜 그렇게 문화에 집착할까?>)은 사실 공격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의 언어는 애시당초 이택광을 비롯한 이른바 '문화좌파'에 대한 불평일 뿐이다. 이걸 애써 끄집어내어 구좌파 정병선의 신좌파 이택광 공격으로 확대하고, 구좌파와 신좌파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소급하는 건 솔직히 억지다.
글 말미를 '구좌파적인 감각'으로 마무리짓는 것은 구좌파-신좌파에 대한 오해(혹은 넘겨짚음)를 감추는 도구로 보인다. '철과 피의 문제'를 다루는데 익숙한 현실주의적-정책적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으로선 정치와 권력이 '철과 피'의 근저의 문제, 그리고 '철과 피'를 넘어서는 문제라는 걸 선뜻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거란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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