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
(periskop 님 포스팅)
한나라당에게 기대하다
(병풍A(구 sprinter) 님 포스팅)
0. 정치적인 긴장과 갈등 속에서 서로 허울 뿐인 연대를 공언하기 이전에 공동의 지식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periskop 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 싱크탱크의 부재 문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좌우를 넘어서 있다. 한나라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가 당내 정치갈등 속에서 제 구실을 못한다는 병풍 A 님의 지적은 단지 특정 정치 스펙트럼이나 정당 내부의 문제만을 든 것이 아니다. 여의도연구소의 유명무실화는 그와 대척점에 있을 이른바 '진보싱크탱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2. periskop 님의 포스트는 '진보대연합'(leopord, <가치를 고민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일 뿐>)에 대한 뼈아픈 충고다.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주장했듯이,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 전략은 헤리티지 재단 등의 든든한 싱크탱크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자칫 "상대방의 프레임에 말리지 말고, 나의 프레임으로 상대를 끌고 가라" 는 정도의 정치전술 수준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레이코프가 역설했던 것 역시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중장기를 아우르는 정책제안능력을 겸비한 싱크탱크의 건설이었다(그의 '프레임 이론'이 민주당의 싱크탱크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자.).
3. periskop 님 포스트에서 소개된 기사(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진보싱크탱크>)는 대중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는 민간연구소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런 연구소들의 전반적인, 사실상 공통적인 난점은 역시 재정이다. 부족한 재정 -> 연구원 부족 및 연구의 질 하락 -> 연구소에 대한 대중적 인식 부재 -> 부족한 후원금 -> 부족한 재정이라는 악순환이 상존한다. 이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건인가가 우파에 비해 수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턱 없이 밀리는 좌파의 만성적인 고민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더 많은 지지자 및 후원자를 얻어내는 것 뿐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정치적인 지분을 얻기 이전에, 이 연구소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라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 또한 좌파의 역할일 것이다.
4. 재정 외에도 난점은 많다. 무엇보다 정치와 정책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스펙트럼의 차이, 그리고 개별 이슈에 대한 온도차 등으로 인해 같은 당 안에서도, 다른 연구소 간에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 한 가지 중요한 전제는 각 연구소들 간에 공동의 대화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도 학술적으로, 이론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절실하다. 산타페 연구소 수준의 고도로 발달한 학제간 연구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공통의 연구 주제를 가지고 기술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토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진보신당 계열의 연구소와 국참당 계열의 연구소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본주의가 타도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수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5. periskop 님의 지식생태계 연대 주문은 크게 보면 심상정, 노회찬 등의 정책연대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기업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바이고,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시는 분에게서 진보, 좌파 연하는 사람들보다 더 진보, 좌파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듣는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식생태계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보·좌파는 종종 난맥상에 있지 않았던가. 이를 표면적으로라도 의식해서 나온 것이 진보신당의 '상상연구소'라던가 노회찬과 심상정, 민주당 이계안 의원 등의 개인정책연구소들이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6. (진보, 이른바 리버럴을 제외하더라도) 좌파는 집권하기까지 오랜 세월 자신을 벼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혁명을 하더라도 그 열매를 얻는 것은 좌파일 수 없을 게다. 20년, 30년을 바라보며 싱크탱크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스스로 예비내각shadow cabinet이 되어야 한다. 참 빤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보대연합' 보다 '지식생태계 연대'가 더 머릿속을 파고드는 이유다.
(periskop 님 포스팅)
한나라당에게 기대하다
(병풍A(구 sprinter) 님 포스팅)
0. 정치적인 긴장과 갈등 속에서 서로 허울 뿐인 연대를 공언하기 이전에 공동의 지식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periskop 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 싱크탱크의 부재 문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좌우를 넘어서 있다. 한나라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가 당내 정치갈등 속에서 제 구실을 못한다는 병풍 A 님의 지적은 단지 특정 정치 스펙트럼이나 정당 내부의 문제만을 든 것이 아니다. 여의도연구소의 유명무실화는 그와 대척점에 있을 이른바 '진보싱크탱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2. periskop 님의 포스트는 '진보대연합'(leopord, <가치를 고민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일 뿐>)에 대한 뼈아픈 충고다.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주장했듯이,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 전략은 헤리티지 재단 등의 든든한 싱크탱크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자칫 "상대방의 프레임에 말리지 말고, 나의 프레임으로 상대를 끌고 가라" 는 정도의 정치전술 수준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레이코프가 역설했던 것 역시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중장기를 아우르는 정책제안능력을 겸비한 싱크탱크의 건설이었다(그의 '프레임 이론'이 민주당의 싱크탱크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자.).
3. periskop 님 포스트에서 소개된 기사(오마이뉴스, <특별기획 진보싱크탱크>)는 대중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는 민간연구소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런 연구소들의 전반적인, 사실상 공통적인 난점은 역시 재정이다. 부족한 재정 -> 연구원 부족 및 연구의 질 하락 -> 연구소에 대한 대중적 인식 부재 -> 부족한 후원금 -> 부족한 재정이라는 악순환이 상존한다. 이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건인가가 우파에 비해 수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턱 없이 밀리는 좌파의 만성적인 고민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더 많은 지지자 및 후원자를 얻어내는 것 뿐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정치적인 지분을 얻기 이전에, 이 연구소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라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 또한 좌파의 역할일 것이다.
4. 재정 외에도 난점은 많다. 무엇보다 정치와 정책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스펙트럼의 차이, 그리고 개별 이슈에 대한 온도차 등으로 인해 같은 당 안에서도, 다른 연구소 간에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 한 가지 중요한 전제는 각 연구소들 간에 공동의 대화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도 학술적으로, 이론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절실하다. 산타페 연구소 수준의 고도로 발달한 학제간 연구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공통의 연구 주제를 가지고 기술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토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진보신당 계열의 연구소와 국참당 계열의 연구소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본주의가 타도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수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5. periskop 님의 지식생태계 연대 주문은 크게 보면 심상정, 노회찬 등의 정책연대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기업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바이고,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시는 분에게서 진보, 좌파 연하는 사람들보다 더 진보, 좌파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듣는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식생태계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보·좌파는 종종 난맥상에 있지 않았던가. 이를 표면적으로라도 의식해서 나온 것이 진보신당의 '상상연구소'라던가 노회찬과 심상정, 민주당 이계안 의원 등의 개인정책연구소들이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6. (진보, 이른바 리버럴을 제외하더라도) 좌파는 집권하기까지 오랜 세월 자신을 벼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혁명을 하더라도 그 열매를 얻는 것은 좌파일 수 없을 게다. 20년, 30년을 바라보며 싱크탱크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스스로 예비내각shadow cabinet이 되어야 한다. 참 빤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보대연합' 보다 '지식생태계 연대'가 더 머릿속을 파고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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