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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List

[메멘토 리스트] ① 국립오페라합창단원 해고와 연대 - 1

by parallax view 2009. 4. 10.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메멘토 리스트 : 망각시스템에 저항하기
(민노씨.네 포스팅)


0. 블로깅 행위 자체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블로거 중 한 분인 민노씨 님 포스트.

1. 그렇다면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것이다. 이 망각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기억이 소멸되기 전에 그 기억의 의미들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얼마나 효과적으로 싸울 것인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의미있는 싸움은 망각에 저항하는 싸움이다. 왜냐하면 마땅히 고민해야 하는 의미, 인간을 인간일 수 있도록 하는 그 모든 의미들이 이 망각 시스템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가 생겨난 어떤 실존적인 기억들도 마치 '이슈 싸움'의 경쟁의 한 요소인 것처럼 그렇게 지워버린다.
(민노씨.네 인용)

2. 모든 이슈는 소멸한다. 지난 용산 참사 때처럼, 당장 세상이 끝날 듯이 논란이 끓어오르지만 결국 힘이 센 건 블로거도, 조중동도, 국회의원도, 용역 깡패도 아닌 시간이다. 연애를 권태롭게 하는 최대의 적도 시간이다. 연애가 죽어도 시간만은 살아남아 혼자가 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리고 연애 뿐만 아니라 삶마저 권태롭고 피로하게 만든다. 시간은 그렇게 인간의 말과 행동을 좀먹고 차츰차츰 무디게 한다. 

3. 시간에 저항하는 유일한 행위는 기억이다. 물론 기억도 시간의 교묘한 전략에 농락당해 왜곡되고 파편화되곤 한다. 기록도 완전하지 않다. 사람마다 취하는 입장이 다른 이상, 기록도 천차만별이다. 먼 훗날, 한 때 민주주의 시대가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자기 집에 틀어박혀 오만하게 타자나 치던 시대가 있었노라, 고 지금 이 시대를 회고하는 글만이 남는다면? 하나의 기록이 갖는 무수한 왜곡의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그래서 모든 과거의 기록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현장의 기록이 된다. 역사란 결국 당대의 현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아니, 다시 말해, 무엇을 잊어가고 있는가?

4. 나 역시 민노씨 님의 고민을 링크해서 메멘토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한다. 민노씨 님의 고민은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있지만, 나의 경우엔 그저 잊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선택한 첫 리스트는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의 해고와 연대다. 그런데 이 이슈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되고 있는 거잖아. 앞서 말했듯이 역사란, 기록이란 당대의 현재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원들의 해고는 이미 이글루를 뜨겁게 달군 바 있던 목수정-정명훈 논란에 가려져 사라져버린 이슈이기도 하다.

유인촌 장관님, 문화예술인 출신 맞나요? (<시사IN> 제79호 기사)

<베토벤 바이러스> 연상시키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파업 (고재열의 독설닷컴. 09년 3월 12일)

노래하고 싶은 자에게 노래를 (다음 아고라 청원. 09년 4월 5일)

합창단 투쟁의 문제 (rearview 님 블로그. 09년 4월 6일)

비난하지 맙시다. 단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단을 반대합니다. (sonofspace 님 블로그. 09년 4월 7일)

오페라 합창단 복직투쟁 관련 (rearview 님 블로그. 09년 4월 8일)

예술가도 노동자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프레시안> 09년 4월 9일)

국립오페라합창단 싸이월드 카페

5. 이 메멘토 리스트는 앞으로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지금처럼 링크만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직접 인용하거나 포스팅을 따로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메멘토 리스트에 대해 나 스스로도 어떤 정확한 개념이 잡혀있는 건 아니다. 블로깅 행위 자체가 하나의 기억이자 기록이기 때문에 굳이 메멘토 리스트까지 만드는 건 좀 오버 아닌가 하는 말씀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싶은 점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기억을 붙잡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것이다.

6. 어떤 이이겐 장자연의 슬픈 죽음과 배후의 더러운 욕망이, 다른 사람에겐 노무현에 대한 실망감과 정치혐오가, 또 누군가에겐 진보 블로거의 지사정신과 자기분열이 메멘토 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 행위 자체에 있으니까. 우리를 먹여살리는 건 어떤 점에서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밥 벌이에 바쁜 사람에게 남는 건 기껏 키워놓고 멕여놓은 자식도 아니고, 대박신화를 꿈꾸다 마이너스 성장을 행진중인 펀드도 아니고, 오롯이 밥 벌이를 할 줄 아는 자신 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지. 이런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주문을 욀 것도 없이, 그저 기억하자. 기억하려고 노력해 보자. 블로그는 사라져도 사건을 기억하는 당신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나의, 그리고 우리의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