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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허니와 클로버

by parallax view 2008. 8. 7.


(스캐너라도 있다면 좋아하는 몇 장면을 스캔해서 보여드릴 텐데 못 해서 아쉽다능...ㅠㅠ)

3년 전에 보았던 만화책을 친구에게 빌려 다시 보고 있다. 8권까지 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그냥 낄낄거리면서 지나쳤던 부분을 차근차근히 살펴보는 맛이 새롭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방에 모여 하릴없이 집에 박힌 만화책만 훑어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별 할 말도 없었으면서 집에 놀러왔다가 라면 끓여먹고 수다 좀 떤 다음에는 곧잘 만화책만 서너 시간을 보았던 우리들. 마침 그 때 허니와 클로버를 한참 볼 때라 캐릭터를 친구에게 빗대보기도 했는데, 당시 N군은 마야마 같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나는 다케모토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그 당시 나는 꽤 어지러웠고 혼란한 방황기였으니까.-_-;; N은 차분하고 침착한 녀석인데다 훈계도 잘하는 스타일이어서(ㅋㅋ) 마야마 같다는 소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보고 있자니 어쩐지 다케모토 보다는 마야마 쪽이 내게 더 와 닿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음 속의 혼란이 걷히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실제의 압박 속에서, 한 동안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현실의 압박에 어느 정도 적응한 지금의 나를 캐릭터와 비교해보자니 어쩐지 마야마와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입으로는 "청춘의 지분지분한 찌꺼기 따위 버린지 오래야"를 주절대지만, 사실 아직도 청춘의 수트를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한 덜 큰 어른 내지는 어른 아이인 나는, 만화에 나오는 대사의 약간 오바스런 센스에 닭살이 돋으면서도(-_-) 만화 속에서 어느 정도 관념적인 청춘을 만끽했다.


아직 학생이라는 현실. 세상의 커다란 파도가 다 보이지도 않고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다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려는 각오. 그리고 조금 지분지분해도 풋풋하게 밀려오는 연애감정. 허니와 클로버는 나름대로 청춘과 젊음이 충만한 만화다. 그래서 그런지 애니메이션도 영화도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만든 감이 있긴 한데(라곤 해도 그나마 본건 애니메이션 1기 3화까지 정도?;), 약간 무거운 주제가 주는 압박감을 산뜻하게 날려주는 가벼운 개그센스를 잘 살리지 못해 밋밋하고 답답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가벼움이야말로 만화책이 주는 미덕일 것이다.


가끔씩 방 한켠에 놓아둔 청춘의 수트를 펼쳐 보이곤 한다. 요즘은 갈아입은지 얼마 안 되서 먼지가 적었고 약간 더러웠다. 날이 좋아 밖에 내놓고 먼지를 탈탈 털었다. 그리고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멍하니 바라보다 만화책을 펼친다. 8권 끄트머리에서는 야마다-노미야의 사랑선과 마야마-리카의 사랑선이 교차하고 있는 중이다. 연애, 좋지. 야먀다가 스스로 물었듯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고 괴로워하면서 왜 연애를 해야하는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뭐 어때. 풋풋하고 씁슬하고 가끔 재밌고.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