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알튀세르, 『알튀세르의 정치철학 강의: 마키아벨리에서 마르크스까지』,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 2019.
이 책은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이론이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 이후의 정치철학 연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알튀세르에게서 '돌발'이라는 문제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절대군주의 돌발, 국민국가의 돌발, 그리고 혁명의 돌발이라는 문제설정(마키아벨리). (cf. 바디우에게는 '사건의 도래'라는 문제설정. 그리고 퀑탱 메이야수에게는 우발성의 필연성이라는 문제설정.)
진태원 선생은 1부 2장, 그중에서도 콩도르세(오류 이론)와 엘베시우스(도덕적 유물론과 교육)에 대한 알튀세르의 해석에 주목한다. 역자에게 익숙한 대목이기 때문에 별다르게 언급하지 않은 것일 테지만, 알튀세르의 홉스와 루소 독해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홉스를 계급투쟁의 이론가이자 "발흥하는 계급[부르주아지]의 혁명적 독재를 고안하려고 한 첫 번째 인물"(572쪽)로 주목하고,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인간 불평등 기원론』과의 관계 속에서 독해하고 루소를 계몽주의자인 동시에 반계몽주의자로 이해하는 대목이 그렇다.
엘베시우스가 인간 재생산의 조건을 유물론적으로 탐색함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계몽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이상주의에 빠져버리고 말았지만(더 넓은 의미의 교육으로서의 정치제도와 지도자에게 개혁의 희망을 거는 것), 루소는 엘베시우스가 나아간 길로 가지 않을 만큼 예민한 직감을 발휘했음을 밝히는 대목도 흥미롭다. 진태원 선생이 크게 아쉬워하듯이 이 책에는 정작 스피노자 강의가 없다. 스피노자 강의록이 발견된다면 알튀세르 연구가 더 진전할 텐데 안타까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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