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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by parallax view 2017. 12. 26.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일찌감치 보았지만 한동안은 그와 관련해 누군가 써놓은 글들만 읽어내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새삼 <스타워즈>가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스타워즈>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픽션과 캐릭터 굿즈를 통해 자기 복제를 거듭하면서 거대한 설정 놀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 이상 보기가 꺼려지는 프리퀄 3부작이 완결된 지 십여 년 뒤에 개봉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역시 오리지널 3부작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한 충실하면서도 적당히 잘 비튼 복제품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설정 놀이에 일찌감치 물려 가끔씩 유튜브로 게임 트레일러나 소비하던 내게 <라스트 제다이>는 <스타워즈>가 여전히 '영화적 경험'일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라스트 제다이>가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거나 잘 만든 영화라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자본이 투입된 상업 오락영화다. <라스트 제다이> 역시 <깨어난 포스>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의 변주로서 기존의 팬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 설정과 서사의 골격만 남겨둔 채 변주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프리퀄은 물론 <깨어난 포스>와도 다르다. 이는 '새로운 관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상업적인 고려의 결과일 테지만, 막상 만들어진 결과물은 예상 이상이었다(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예전 작품인 <브릭>과 <블룸형제 사기단>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브릭>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시대의 일본 상업영화를 연상케 했었다. 다만 그는 <라스트 제다이>에서 조지 루카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로사와 아키라를 참조한 것처럼 보인다). 


나무위키의 부정적 항목 부분에서 '스타워즈판 문화대혁명'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팬보이들은 이 영화에 몹시 분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스타워즈>가 이들의 장난감이기를 거부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로즈가 새 시리즈의 자자 빙크스라는 둥, 하이퍼드라이브 돌격은 설정 파괴라는 둥, 전개가 너무 억지스럽다는 둥의 지적과 비난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비판과 반발의 기저에는 기존의 설정 놀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감독과 디즈니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스트 제다이>는 '새로운 스타워즈'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설정 놀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낡고 오래된 시리즈를 쇄신하기 위해 팬보이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제 갈 길을 가보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는 이렇게 많은 재능과 레퍼런스를 막대한 자본력으로 끌어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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