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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4

에로스의 종말 『에로스의 종말』(2015, 문학과지성사) 한병철은 신간 『에로스의 종말』을 통해, 한병철식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지젝) 혹은 한병철식 '사랑 예찬'(바디우)을 시도한다. '할 수 있음'만을 강조하는 과도한 긍정성의 세계에서 끊임없는 자기 착취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할 수 있다"의 반대말은 "할 수 없다"가 아니다. "할 수 있을 수 없다"이다. 한병철은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에서 바틀비의 "나는 그러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I would prefer not to)"가 무위의 부정적인 힘도 아니고 "정신성"에 본질적인 중단의 본능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감각 상태의 징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피로사회』, 56쪽). 한병철.. 2015. 10. 24.
한병철과 네그리 사이의 거리 "친절마저 상품이 된 시대, 혁명은 없다." (한겨레) 한병철은 네그리의 낙관주의를 비판한다. 이 세계에는 네그리가 주장하는 식의 다중(멀티튜드)이 아니라 고독인(솔리튜드)이 존재한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는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노동자이면서 자기-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자기-경영자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를 착취한다. 고독인으로서의 '나'는 자기를 소진하며 조금씩 죽어간다. '나'는 '너'도, '우리'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고독자로서 사라져간다…하지만 한병철과 네그리 모두 푸코 식의 권력 개념을 자기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소화한다는 점에서, 이들 사이의 거리가 그토록 먼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푸코의 생명권력(bio-power)은 인구를 관리하고 생육하며 번성하게 하는 .. 2014. 10. 18.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한병철,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 철학에는 역사가 없다는 것, 그러니까 보편을 지향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 그가 푸코를 비판할 때 역사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다는 데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참고문헌에 통치성과 관련한 논문들ㅡ토마스 렘케와 피터 밀러의 것ㅡ이 언급되었다는 데 두 번 놀랐다. 한병철은 권력이 자유를 관통해서 작동한다는 견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만, 그 권력이 자유주의 통치성이라는 것과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역사는 무시한다. 한편으로는 한병철이 권력의 피안에 놓는 종교-친절함-피로라는 항이 과연 긍정할만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싹튼다. 그가 『피로사회』에서도 강조한 '깊은 피로감,' 그러니까 존재에 깊이를 더해주고 에고에 영감을 불어주는 피로를.. 2014. 5. 2.
투명사회 『투명사회』(한병철,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 한병철의 글에 어른거리는 하이데거의 유령을 쫓아내야 할 것이다. 사실 쫓아낸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넘어서려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 보다 맞을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기는커녕 투명성의 독재를 이뤄낸다는 통찰은 일견 적절하다. 투명성의 독재는 감사(audit)의 제국과 쌍을 이룬다. 대학의 360도 다면평가, 국정감사, 더욱 투명한 감사, 감시, 통제…. 하지만 기술을 향한 적대적 태도로는 불충분하다. 게다가 한병철은 벤야민을 인용하면서 벤야민이 제의가치와 아우라의 붕괴를 서술할 때의 독특한 자세를 애써 무시하는 듯하다.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즉 사진과 영화의 등장이 아우라의 붕괴, 대중.. 2014.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