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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분3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 단평 박가분의 창비 2014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작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를 서둘러 읽었다. 그의 질문은 "감정과 정동의 시공간인 SNS를 어떻게 전위의 매체로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교통/통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진 식의 논의를 이른바 '네트워크사회'에 끼워맞추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박가분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도 리바이어던으로 표상되는 국가가 아니라, 리바이어던의 은유를 창출하는 공포라는 정서/정동/감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좋아요'와 '리트윗'만이 있을 뿐, 주체적인 결단이나 주장이 없는 세계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패기는 좋다. 레닌주의적 전위의 재발명에는 더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이 글이 본인이.. 2014. 12. 9.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박가분, 자음과모음, 2014)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은 가라타니 고진을 비평가일 뿐만 아니라 사상가(이 두 위치는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종종 포개지는 것이다)로 읽고자 하는 시도이다. 박가분은 고진의 사상적 변화를 거칠게 『일본근대문학의 기원』~『탐구 2』 시기의 초기, 『트랜스크리틱』의 중기, 『세계사의 구조』의 후기로 구분한다. 그는 고진 사상의 맹아를 근대 문학에서의 내면과 풍경의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비평에서 발견한다. 근대문학비판에서 후기 구조주의에 대한 몰입을 거쳐 '고유명'(다른 무엇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지금 이 모습이 된 '이 나')에 대한 사유를 다듬던 고진은 『트랜스크리틱』에서 자기 고유의 사유를 발전시킨다. 바로 '교환양식'을 통해 자본주.. 2014. 5. 10.
요새 젊은것들 1.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말, 말, 말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 어느 쪽이 진리인지 판별할 수도 없을 것이며, 사실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진리' 따위가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고로 이 책을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감동할 요소 따위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정처 없는 수다들만 난무할 뿐이다. 이 책은 지침서도, 교본도, 문학 작품도, 사회과학 서적도,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이 책이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의 기여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p.15-16) 이 문단이야말로 이 담고.. 2010.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