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 1917년 이후 비판적 이론과 논쟁으로 본 소련』(2012, 서해문집)
마르셀 판 데르 린던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는 지식사회학의 관점에서 소련 사회구성체 논쟁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소련의 사회구성체를 분석한 여러 이론을 시대별로 검토한다. 그러면서 이론의 상대적 자율성과, 각각의 이론을 배태한 정파라는 외부 영향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책이 소련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데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실제 소련이 어떠했는가 하는 게 아니라, 소련을 바라보던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관점이 어떠했는가에 보다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당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소련을 '묘사'하고 또 소련을 넘어선 사회를 어떻게 구상하고자 했는가 하는, 분석과 전략의 문제로 이어진다. 저자는 1917년 러시아 혁명부터 1992년 소련 해체까지의 시기를 크게 여섯 단계로 세분한다. 그리고 당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을 국가 자본주의 이론과 타락한 노동자 국가 이론, 강력한 지배계급이 있는 새로운 생산양식 이론과 강력한 지배계급이 없는 새로운 생산양식 이론(혹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생산양식 이론')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해설한다. 당대 논쟁의 핵심에는 국가 주도의 자본 축적과 노동계급의 위상 그리고 소련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당 관료가 있었다. 이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개인마다 정파마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 취했다. 이는 국유화와 계획경제가 곧바로 사회주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란 사실상 공백이나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현실 사회주의는 그저 실패한 과거가 아니라,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잠재적 미래, 똑같이 반복될 수는 없지만 망각 속에 밀어넣어 버린다면 또다시 고개를 들이밀며 우리에게 패배의 그림자를 드리울 역사(History)라는 걸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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