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지금 '20대'니, '청년'이니 호명되는 사람들, 그러니까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세기말의 인간이다. 그야말로 20세기 말~21세기 초를 살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88만원세대' 따위의 호명도 꽤나 상징적이다. 세기말에 태어나서 새로운 세기의 중추로 살아갈 사람들의 인생 스타트가 88만원세대라는 일갈인 셈.
이건 그나마 세대론을 긍정적으로 봐준 거다. 지금 와선 나도 88만원세대론이든 20대 개새끼론이든 세대론은 다 구라라고 생각. 세대간 갈등보다 계급간 갈등이 더 주목되고 있지 않느냔 말이지. 기본소득 주장도 이 관점에서 봐야하지 않을까. '청년 기본소득 운동'. 나도 그와 관련해 글도 썼고, 동의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세대론에 퐁당 빠져버리면 그냥 허당이 되지 않을까.
다시 세기말 얘기로 돌아와서. 한 세기가 바뀌었고, 세기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들도 꽤 많이 나타났다(구 소련 해체, 독일 통일, 동아시아 연쇄 금융 도미노와 IMF 구제금융, 9.11, 아프간·이라크 전쟁,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많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세기말의 인간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건 19세기 말과는 달리, '사회 개혁가'의 부재를 의미하는 걸까? 이른바 '천재'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천재'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학습했기 때문에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고 안락한 삶을 선택하는 게 대부분인 걸까? 혹은 천재 자체가 부재하는 시대, 이른바 '집단 지성'의 시대를 상징하는 걸까?
어차피 이건 죄다 억측이다. 나 또한 세기말의 인간 중 하나로서, 20세기가 어떤 의미였는지 21세기가 10년 정도 지난 지금에야 어느 정도 보이지 않을까 추측할 뿐.
넵. 세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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