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 & Think

1Q84

by parallax view 2010. 3. 17.

<1Q84>(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2009)를 읽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키 작품. 딱히 붙일 말도 넣어야 할 말도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 1Q84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같은 책을 찾을 것도 없이, 이야기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그저, 나에겐 '사랑'을 새삼 되새기게 해주었을 뿐이다. 애써 무시해왔거나 돌보지 않았던, 여전히 낯간지럽고 더러 손발이 오그라드는, 하지만 여전히 나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그 사랑에 대해서.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분간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오래된 노래가사에 이런 게 있지. Without your love, it's a honky-tonk parade." 남자는 그 멜로디를 조그맣게 흥얼거렸다. "너의 사랑이 없다면 이건 그저 싸구려 연극에 지나지 않아. 이 노래를 알고 있나?"

"<It's Only a Paper Moon>."

"그래, 1984년도, 1Q84년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 자네가 그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아.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 <1Q84> BOOK2 p.323

이야기의 뒤에 숨어있다 곧잘 튀어나오곤 하는 어떤 존재들-안톤 체홉, 도스토옙스키, <황금가지>, 전공투, 19세기 환상문학, 문화인류학 혹은 약간의 진화심리학 따위-을 알거나 모르거나 상관없이, 이야기의 호흡에 온전히 숨을 맡기는 게 가능하다. 간만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여느 하루키 작품들처럼(물론 내가 읽은 건 <양을 쫓는 모험>(옛날 번역판)과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뿐이긴 하지만.) 모호하고 밋밋하게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당했다. 염병.

다음 편을 기다려야겠다.

'Read &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렛츠리뷰] 창작과비평 2010 봄호  (8) 2010.04.05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  (8) 2010.03.18
잡담  (34) 2010.03.15
마지막 렛츠리뷰  (4) 2010.03.09
지도가 필요해  (10) 201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