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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필연성에 얽매이기 : 먹고사니즘

by parallax view 2009. 7. 20.
오직 노예만이 노동과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고대제국에서 노동과 작업이 경멸을 받았다는 견해는 근대 역사가의 편견이다. 고대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다. 삶의 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직업들은 모두 노예적 본질을 가지기 때문에 노예의 소유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이 이유 때문에 노예제도는 옹호되고 정당화되었다. 노동한다는 것은 필연성에 의해 노예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노예화는 인간 삶의 조건에 내재한다. 사람은 삶의 필연성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필연성에 종속되는 노예들을 강제로 지배함으로써만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노예로의 전락은 운명이며, 죽음보다 못한 운명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을 길들여진 동물과 비슷한 존재로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제3장 노동, p.138

이른바 '보다 고상한 욕구'의 어떤 것도 삶의 기초적 욕구와 동일한 절박함을 갖지 않으며 실제로 필연성에 의해 인간에게 강요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짐은 더욱 가중한 것이 되었다. 노예제가 삶 그 자체의 자연적 조건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동시에 노동계급의 사회적 조건이 되었다. 모든 삶은 노예이다(Omnis vita servitium est).

- 같은 책, p.175

이러한 노동-유희 범주는 얼른 보기에는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의미 없게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의미가 있다. 이 범주의 근저를 이루는 실질적인 대립은 자유와 필연성의 대립이다. ...이 모든 이론과 학문적 논의를 살펴본 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왜 일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 또는 '돈벌기 위해'라고 대답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 같은 책,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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