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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4

9월이여, 오라 『9월이여, 오라』(아룬다티 로이, 박혜경 옮김 / 녹색평론사, 2004)는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의 가디언지(誌) 기고문과 강연회 연설문 등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집'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 및 그를 둘러싼 현실 정치와 대안세계화 운동에 대한 작가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녀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갓 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살갗을 하나하나 정갈하게 발라 고통을 신선하게 유지시키는 문장들. 소설 속 시공간은 인도 케랄라의 습한 공기를 한껏 머금었고, 아이들의 땀냄새로 비릿했다. 작가에게 '무엇'을 말하느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느냐이다. 그것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스타일이란 딱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것이.. 2011. 1. 30.
내가 G20을 반대하는 이유 사실 이 얘긴 시사인 제165호(2010년 11월 13일자)에서 박권일(『88만원세대』 공저자)이 다 얘기해서 별로 할 말이 없긴 하다. 요컨대 G20은 비민주적이고(왜 G7도 아니고 G10도 아니고 G20인지 그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이 제로), 실효성이 없으며(금융거래세, 은행세 등을 도입할 의지도 제로), 무엇보다 기만적(금융위기를 초래한 국가의 수장들이 모였는데도 금융위기 해소에 대한 책임감도 제로)이라는 얘기다(두 번째 부분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시사인 기사를 봐주시길). 그러나 적어도 내가 G20에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 세 가지에 있다. 그런데 G20에 반대하는 이유를 들기 전에 박권일이 딱 집은 게 하나 있다. 그러니까 정부의 국격 드립이나 과도한 시민의식 강요에 대한 풍자는 있어도, .. 2010. 11. 12.
나도 규탄한다 2010. 11. 11.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이순희 옮김 / 부키, 2007)은 기존의 개발경제학과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날카롭게 비판한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떻게 해야 저개발국의 빈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개발경제학의 거듭된 고민이다. 그 점에서 장하준은 윌리엄 이스터리의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과 같은 선상에 선다. 두 사람의 결론도 비슷하다. 저개발국의 경제 성장을 향상시키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이는 국민소득 증대와 중산층의 증가를 포함한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해법은 정반대다. 이스터리는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을 통해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장하준은 유치산업 보호와 지적소유권 완화, 국민국가의 경제정책 수행능력 강화로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전작 『사다.. 201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