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문화2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는 이제 너무나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린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이 망쳐놓은 세상에도 어떻게 생명이 자라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탐색한 민속지다. (보통은 작가거나 신문 기자, 편집자인) 눈 밝은 독자들이 이 책의 존재를 알아보고는 기꺼이 ‘올해의 책’으로 올려놓고 있다.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잠식당해 죽어가는 지구’라는 이미지에 절망하기보다, 폐허가 된 산업비림 속에서 더욱 잘 자라는 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버섯(트리콜로마 마쓰타케)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인간 대 비인간, 문명 대 자연이라는 이분법을 가로지르려는 서술이 그 어떤 대안보다 희망적으로 읽혔기 때문일 것이다(지은이는 ‘협력적 생존’이라는 말로 독자들을 송이버섯의 세계로 이끄는 .. 2023. 12. 25. 푸코의 미학 『푸코의 미학』(현실문화, 2018)의 저자 다케다 히로나리가 강조하는 바는 푸코 사유의 연속성으로서의 '바깥'이다. 푸코에게 '바깥'은 무엇이었나. '담론'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우회하고 '권력'을 통해 '국가'를 재해석하며 '자기'를 통해 '주체'를 재가공해온 푸코에게 '바깥'은 그의 사유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최정우 선생이나 여타 푸코 연구자들이 푸코의 '실존의 미학'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기에 책이 나왔다. 단지 우연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런 흐름들은 푸코의 미간행 원고인 『육체의 고백』(『섹슈얼리티의 역사 4권』으로 명명되고 편집되었다)의 출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라는 뜻의 '파르레시아'를 통해 주체화를.. 2018. 8.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