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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아렌트5

책 잡담 : 한나 아렌트와 SF 1. 벌써 8월이 반쯤 지나가고 있다. 방학도 거의 끝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은 참 새삼스럽게 빠르다. 2. 과 에 이어, 다음 책 세미나는 토머스 모어의 다. 주경철 씨 번역은 옮긴이 서문이 간결한 것부터 마음에 든다. 해제도 별로 길지 않고 본문 자체가 얇아 깔끔하다는 인상을 풍긴다(실제 독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참고자료들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어 역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능히 짐작케 한다. 오비디우스의 에서부터 조나단 스위프트의 일부까지 발췌하면서, 토머스 모어의 시대와 를 이해할 문화적 배경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어 꽤 친절하다. 무엇보다 토머스 모어와 당대 인문주의자들의 서한을 같이 실은 데에 만족감마저 느껴진다.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아직 본문은 보지 않았고, 일부러 참고자료부.. 2009. 8. 14.
혁명론 여전히 '혁명'은 불온한 말이다. 그 말이 품고 있는, 권력 획득을 향한 강렬한 파토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파괴. 폭력을 수반하기 마련인 혼란. 혁명에 대한 가장 맹렬한 이미지는 1789년 프랑스 혁명과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나왔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혁명에 대한 환호와 거부는 폭력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종종 단순화되고 오해되었다. 이런 '폭력=혁명' 이라는 도식은 혁명의 의미를 좁힘으로써 변혁의 가능성을 막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개혁 혹은 개량의 범주 안에 혁명을 묶어버리는 시도로 이어지곤 한다. 하물며 쌍용자동차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용공분자'로 몰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국가전복행위'로 탈바꿈하는 '지금/여기'야 더 말할 것이 없다(경향신문, ).. 2009. 8. 12.
인간의 조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다른 걸 다 떼어놓더라도,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의 오랜 화두는 그것이 풀리지 않았으므로 유효하다. 사실상 철학의 테마 대부분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들을 사유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물론 생물학과 심리학이, 혹은 그의 교접들이 인류의 미스터리를 거의 독해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이진우, 태정호 옮김 / 한길사, 2002)의 저자 한나 아렌트는 그것을 새삼 인간이 지구 위에 발딛고 있음에서 찾는다. 책이 출간되었던 1958년의 상황-구 소련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고, 원폭으로 전 세계가 멸망할 수 있다는 묵시론적 위기감이 팽배하던 당시-을 떠올린다면 인간이 지구 밖을 나서는 상상이 단순히 아이디어의 차원이 아니.. 2009. 7. 30.
필연성에 얽매이기 : 먹고사니즘 오직 노예만이 노동과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고대제국에서 노동과 작업이 경멸을 받았다는 견해는 근대 역사가의 편견이다. 고대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다. 삶의 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직업들은 모두 노예적 본질을 가지기 때문에 노예의 소유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이 이유 때문에 노예제도는 옹호되고 정당화되었다. 노동한다는 것은 필연성에 의해 노예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노예화는 인간 삶의 조건에 내재한다. 사람은 삶의 필연성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필연성에 종속되는 노예들을 강제로 지배함으로써만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노예로의 전락은 운명이며, 죽음보다 못한 운명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을 길들여진 동물과 비슷한 존재로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 한나 아렌트, 제3장 노동, .. 2009.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