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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2

내가 싸우듯이 『내가 싸우듯이』(문학과지성사, 2016) 정지돈의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는 현학자의, 현학자에 의한, 현학자를 위한 소설 모음이다. 작가의 말조차 현학으로 가득 차 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그게 매력이었는데,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비롯해 '우리들'로 묶인 단편들은 너무 수다스럽다. 그 수다스러움에 지치다 새벽녘이 조금 되기 전에 겨우 읽기를 마쳤다. 전체 단편 중에서는 「미래의 책」이 가장 나은 것 같다. 그의 글은 이론가가 꾸는 꿈, 혹은 이론이 꾸는 꿈 같다. 이론의 파편이 무한히 흩어지고 배열되면서 무한을 이루는, 텍스트의 퍼즐이 그 꿈의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글은 영화와 닮아 있으며 영화 이미지를 쫓는 것 같다. 여기서 내러티브가 아니라 이미지라는 게 중요하다. 텍스트는 이미지가.. 2016. 8. 27.
160826 간만의 휴가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앤드루 로스의 를 다 읽고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는 중이다.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으려니 이전에 읽은 단편들이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의 책」은 생각보다 읽을 만했다. 페소아의 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읽을수록 그의 글은 정치적으로 반동적이라는 혐의를 나도 모르게 붙이고 있었다. 페소아의 이명異名인 베르나르두 소아르스는 너무 심약하고 예민한 인물이다. 그의 침울함과 무기력함은 내가 그에 이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나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을 텐데도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일종의 자기혐오일까. 페소아/소아르스의 정반대편에는 레닌이 있을 것이다. 근대적인 인물figure의 스펙트럼 양극단에 선 두 인물, 페소아와 레닌. 레닌은 소나타를 가리켜 "이.. 2016.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