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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2

조금 늦은 전주영화제 관람 영화 단평 4/29(일) W. G. 제발트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라 했다. 거치대에 놓였을 카메라는 미동 없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는 관광객을 비춘다. '다크 투어리즘'의 원조라 할 만한 이 수용소를 찾아 온 다양한 관광객을 지그시 바라보는 카메라는, 역사의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우슈비츠를 들고 나는 이들을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한 테이크가 하나의 시퀀스가 되는 단순한 구조다. 더위에 지쳐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사운드는 통제되어 있었다. 파이프를 탕탕 두들기며 떨어지는 물소리는 테러와 고통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같은 유태인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선발되고 일이 끝나고 나면 처형당해 열세 번이나 바뀐 존더코만도, 그들 중 13기가 일으킨 1944년의 .. 2017. 5. 4.
카를로스 : 68의 그림자가 휩쓸고 간 자리 얼핏 보면 (2010)는 (2006)과 (2008)를 포개놓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사건을 일으킨 ‘검은 9월단’의 멤버가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폭탄에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영광의 30년’을 경험하던 1970년대, 동서 냉전과 신(新)식민주의, 반전(反戰) 운동이 뒤섞이며 급진적인 무장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시대. 카메라는 ‘카를로스 자칼’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공했으며 몰락했는지를 단절된 템포로 포착한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카를로스가 누구이며 무엇이 그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는가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더욱 도드라지는 것은 카를로스가 아니라, 시대 그 자체인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는 옛 제국주의 국가들의 신식민.. 2011.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