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1 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집, 1962 ~ 1979, 문학동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것이다.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이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것은. 사실 내게 무진기행은 좀 불편한 소설이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혐오 때문만이 아니라, 내겐 어찌된 노릇인지 이 소설이 마치 더러워진 거울이나 뭐나 되는 것처럼 왠지 찝찝했다. 차라리 청춘로맨스 소설이었던 강.. 2008. 8.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