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이론3

공유의 비극을 넘어 재작년 가을, 엘리너 오스트롬의 사이언스 기고문을 번역한 적이 있다. 언론이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녀의 작업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던 나는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이벤트에서 여성이, 그것도 경제 거버넌스economic governance라는 특이한 개념을 제시한 학자(심지어는 정치학자다!)가 교수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커다란 '사건'에 대해 왜 한 마디도 하지 않지? 그때 마침 우석훈 박사가 칼럼을 하나 썼다(우석훈, ). 학자 그룹에서는 우석훈 박사가 워낙 마이너니까 칼럼이 올라와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길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좀 이상했다. 의구심을 품은 .. 2011. 2. 18.
호모 루두스 1. 『호모 루두스』(톰 지그프리드,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 2010)는 게임이론을 다룬 대중 교양서다. 하지만 게임이론보다 학계(특히, 물리학)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데 급급해 정작 게임이론과 관련된 내용은 적다. 최정규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굳이 집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 톰 지그프리드는 게임이론의 미래를 몹시 낙관한다. 과학 저널리스트라는데,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에 소개된 '심리역사학'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한 건 적절한 '전략'이다.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최적의 전략을 탐색하는가?"라는 테마가 고대 로마의 자연법code of nature에서부터 아시모프, 폰 노이만, 존 내쉬 같은 천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 속에서 탐색되었다는 통찰도 흥.. 2010. 9. 1.
이타적 인간의 출현 1. 인간은 이기적이다. 이건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데다 필수적인 명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남을 위해 행동한다. 단순히 남을 위해 기부를 한다던가 하는 것 뿐만 아니다. 좋든 싫든 운동movement의 역사는 자기희생의 시공간이었다. 어떤 이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에 불을 질렀고, 누군가는 광주학살을 보다 못 견딘 나머지 허공 중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다.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 살아가고, 자기 이익을 위해 살야만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어째서 인간은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2.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 또한 이기심에서 왔다고 보는 시각이 그나마 합리적으로 보인다. 애시당초 자기 이익 극대화란 합리성을 근거로 하지 않으면 설명.. 2009.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