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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itherSide423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닐의 (책갈피, 2019) 읽기를 마쳤다. 책갈피에서 2011년에 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을 재출간한 것으로, 원서인 Stop Global Warming: Change the World는 2008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어판 제목의 변화에서 정세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의 수준으로 위험의 수위가 격상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기후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이고 계급투쟁의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 계획경제' 또는 '기후 계획경제'라 할 만한 급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가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신자유주의에 경도되어 있는지 꼬집는다. 또한 부르주아지는 코앞까.. 2020. 1. 18.
며칠 간의 독서 노트 12월 7일 토요일 아서 쾨슬러, 문광훈 옮김, , 후마니타스, 2010. 솔제니친의 와 오웰의 와 더불어 반공주의 소설의 계보에 포함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볼셰비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추적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라리 '고참 볼셰비키의 심리학'에 더 가깝다. 저자는 박노자의 표현을 빌자면 '카우츠키의 제자들'인 볼셰비키가 기계적인 진보주의에 포박되어 있음에 탄식한다. 그와 더불어 당과 혁명국가의 방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치는 고참 볼셰비키의 희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기독교적 주제로 변주하면서 세계의 변혁과 '대양적 감정'의 융합을 꿈꾸는 인간주의적 공산주의를 희망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알렉세이 유르착의 에서 묘사한 1960~1980년대 구소련의 젊은 공산당원이 상상했던 '스탈린주의에 오.. 2019. 12. 16.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렉세이 유르착의 (김수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9)를 읽었다. 저자 스스로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로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비에트 체제가 갑작스럽게 무너졌을 때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납득해버린 동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소비에트의 다중적인 담론적 실천을 설명하기 위해 꼭 수행성 이론과 들뢰즈/가타리를 끌어와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억압 대 저항, 질서 대 자유, 위선 대 정의라는 '전체주의' 소련 비판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문화적 실천이 지배적인 담론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며, 그와 동시에 지배적인 담론을 본래의 의도와 달리 내파할 수 있다는 것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사회주의적 가치에 경도되지 않으면서도 이를 일상 속에서 갱.. 2019. 10. 27.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퀑탱 메이야수,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엄태연 옮김, 이학사, 2017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은 『유한성 이후』(정지은 옮김, 도서출판 b, 2010)를 간략하게 보충하는 책처럼 보인다. 메이야수는 흄의 당구공 문제에 대해 포퍼(과학적 사실과 위배되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칸트(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카오스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와는 다른 길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과학이 사라지더라도 인식은 남는다. 당구공에는 물리학적 인과성에 따라 움직일 아무런 필연성이 없고,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우연성을 인식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과학의 재현 가능성을 위배하는 사실은 존재하며, 극단적인 우발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존재를 의식하고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메이.. 2019.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