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의 '뻔뻔'한 기사
(RNarsis 님 포스팅)
RNarsis 님 포스팅 덧글에 이미 길게 써놔서 그 내용 그대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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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기사 원문은 못 봤고, 포스팅 내용만으로 말하자면.
저는 한미FTA가 체결된 뒤에 블리자드의 제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미FTA에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이하 직접소송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요. 직접소송제에 대한 책도 나와 있어서(홍기빈,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리뷰를 트랙백했습니다.
원문 기사에서는 직접소송제 개념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듯한데요. 다시 한 번 직접소송제의 내용을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대상국의 수용expropriation 조치로 인한 손해배상을 투자대상국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법적 투쟁에 들어가지만, 직접소송제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투자대상국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죠.
그런데 블리자드는 한국에 '투자'한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 라는 지적이 나올 법합니다. 여기서 이정훈 기자가 "한미FTA가 체결된다면"이라는 if를 끌어들일 때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시했는데, 이건 투자대상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한 사례로 판단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자산에 대한 규정이 광범위해서 직접소송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저자 홍기빈의 지적입니다(물론 이 책에서 최신 게임산업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ICSID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는 각 나라의 국내법을 감안한 국제공법에 따르지 않고, 상인법의 전통에 따라 투자자와 투자국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투자자와 투자국의 대리인, 그리고 투자자·투자국의 요청에 의해 선임되는 중재인으로 구성됩니다. 문제는 이 분쟁해결과정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상인법에 따라 상인 간의 중재는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합의'는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이윤을 얼마 만큼 보상할 수 있느냐가 기준입니다. 환경, 시민권 등은 전혀 대상이 아닙니다.
난점은 투자대상국이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액에 있습니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에 따르면, 벡텔 vs 볼리비아 사건에서는 벡텔이 ICSID에서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 달러 소송을 걸었습니다. 아주리 vs아르헨티나 사건에서는 아주리가 5억 5천만 달러, 선벨트 vs 캐나다 사건에서는 105억 달러 상당한 금액의 소송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배상 비용이 높다 보니, 투자대상국은 배상 비용과 협상 비용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데, 협상 비용도 못지 않게 높고, 협상 기간도 긴 데다, 승소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보니 배상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투자대상국이 승소한다 해도, 외국인 투자자가 한 나라를 복수 국가의 중재재판소에서 소송걸 수 있어서 복수의 소송을 계속 상대해야 합니다.
배상 비용이 한 국가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직접소송제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ICSID의 비밀 원칙과 이윤 중심적인 '분쟁 해결'은 정당성, 투명성, 석명성에 위배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기사에서 입법 주권 얘기가 나오는 것도 직접소송제가 투자대상국의 법적 관할권jurisdiction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책 본문에 인용된 송기호 변호사의 글을 직접 제시하는 게 낫겠네요.
"정부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예외조항을 충분히 두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중재 제도의 본질을 모르는 말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핵심 조항은 중재회부에 대한 포괄적이고 사전적인 동의간주 조항이다. 대한민국 국내에서 중재법이 제정된 때가 이미 40년 전인 1966년이다. 그런데도 왜 중재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중재법정으로 갈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재동의 조항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다.
한미FTA에서 중재회부에 대한 포괄적이고 사전적인 동의간주 조항을 두는 이상, 한국 정부는 언제든 중재에 회부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예외조항을 둔다고 해도 중재회부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내용은 프레시안 기사에 나와 있으니 나머지는 아래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60714090041§ion=02
(프레시안, "호주는 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거부했을까?")
한편, 미국의 보복 관세는 한미FTA의 다른 조항과 관계된 듯한데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한 마디로, 기사에서 서투르게 말했다 하더라도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조항이 유효한 이상, 지재권 침해를 투자대상국의 수용 조치로 이해한다면 블리자드에 의한 ICSID 제소는 가능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미FTA가 체결된 뒤에 블리자드의 제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미FTA에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이하 직접소송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요. 직접소송제에 대한 책도 나와 있어서(홍기빈,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리뷰를 트랙백했습니다.
원문 기사에서는 직접소송제 개념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듯한데요. 다시 한 번 직접소송제의 내용을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대상국의 수용expropriation 조치로 인한 손해배상을 투자대상국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법적 투쟁에 들어가지만, 직접소송제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투자대상국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죠.
그런데 블리자드는 한국에 '투자'한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 라는 지적이 나올 법합니다. 여기서 이정훈 기자가 "한미FTA가 체결된다면"이라는 if를 끌어들일 때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시했는데, 이건 투자대상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한 사례로 판단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자산에 대한 규정이 광범위해서 직접소송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저자 홍기빈의 지적입니다(물론 이 책에서 최신 게임산업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ICSID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는 각 나라의 국내법을 감안한 국제공법에 따르지 않고, 상인법의 전통에 따라 투자자와 투자국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투자자와 투자국의 대리인, 그리고 투자자·투자국의 요청에 의해 선임되는 중재인으로 구성됩니다. 문제는 이 분쟁해결과정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상인법에 따라 상인 간의 중재는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합의'는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이윤을 얼마 만큼 보상할 수 있느냐가 기준입니다. 환경, 시민권 등은 전혀 대상이 아닙니다.
난점은 투자대상국이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액에 있습니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에 따르면, 벡텔 vs 볼리비아 사건에서는 벡텔이 ICSID에서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 달러 소송을 걸었습니다. 아주리 vs아르헨티나 사건에서는 아주리가 5억 5천만 달러, 선벨트 vs 캐나다 사건에서는 105억 달러 상당한 금액의 소송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배상 비용이 높다 보니, 투자대상국은 배상 비용과 협상 비용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데, 협상 비용도 못지 않게 높고, 협상 기간도 긴 데다, 승소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보니 배상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투자대상국이 승소한다 해도, 외국인 투자자가 한 나라를 복수 국가의 중재재판소에서 소송걸 수 있어서 복수의 소송을 계속 상대해야 합니다.
배상 비용이 한 국가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직접소송제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ICSID의 비밀 원칙과 이윤 중심적인 '분쟁 해결'은 정당성, 투명성, 석명성에 위배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기사에서 입법 주권 얘기가 나오는 것도 직접소송제가 투자대상국의 법적 관할권jurisdiction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책 본문에 인용된 송기호 변호사의 글을 직접 제시하는 게 낫겠네요.
"정부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예외조항을 충분히 두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중재 제도의 본질을 모르는 말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핵심 조항은 중재회부에 대한 포괄적이고 사전적인 동의간주 조항이다. 대한민국 국내에서 중재법이 제정된 때가 이미 40년 전인 1966년이다. 그런데도 왜 중재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중재법정으로 갈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재동의 조항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다.
한미FTA에서 중재회부에 대한 포괄적이고 사전적인 동의간주 조항을 두는 이상, 한국 정부는 언제든 중재에 회부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예외조항을 둔다고 해도 중재회부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내용은 프레시안 기사에 나와 있으니 나머지는 아래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60714090041§ion=02
(프레시안, "호주는 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거부했을까?")
한편, 미국의 보복 관세는 한미FTA의 다른 조항과 관계된 듯한데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한 마디로, 기사에서 서투르게 말했다 하더라도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조항이 유효한 이상, 지재권 침해를 투자대상국의 수용 조치로 이해한다면 블리자드에 의한 ICSID 제소는 가능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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