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당으로 당명 바꾸자" (레디앙 기고)
평소 생각해 왔으나 주저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들어와서 고민이 꽤 많아졌다. 주로 개인적인 것들에 몰입하다 보니 내 외부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적어도,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간판은 이제 그만 걸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이것도 일종의 우경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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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제 진보신당은 ‘붉은 장미’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붉은 장미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이 판에 있는 분들이야 잘 아시다시피 붉은 장미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상징이다.
이제 붉은 장미를 들 때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가 진보의 상징이 된 시발점은 1886년 5월의 헤이마켓 사건이다. 붉은 장미의 유래를 간략하게 설명한 모 신문기사는 진보신당 창당 당시 당명과 로고와 관련해 당내에서도 회자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모두 낡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다른 말이 아니었던 제2인터내셔널 시대를 지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맑스-레닌주의와 방법론에서 차별화가 두드러지면서 의회주의적이고 수정주의적인 경향의 정당으로 역사에 각인되었다.
1950~1970년대의 ‘황금시대’가 끝나고 세계경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유럽 사민당들도 전지구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 영향을 받았다. 복지비용을 삭감하고 노동을 유연화하며 금융시장을 적극 개방한다는 정책은 사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급을 위협했고, 집권 사민당들은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기존의 복지국가 노선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드러내면서 세계 각국에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고 있다. 좌파든 우파든 G20 정상회의와 관계 장관회의 등을 통해 금융시장 통제를 통한 위기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복지국가 시스템을 주요 사회연대전략으로 제시해왔던 사민당들로서도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다시 떠오르는 듯하다. 단순히 “케인스주의로의 회귀냐, 맑스주의로의 전향이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파괴된 사회안전망을 복구하고 무한경쟁사회에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일인 것이다.
발전 경로에 대한 불만 또는 전망
‘보편적 복지’와 사회안전망 복구가 전지구적 화두인 이 때, 무상급식 의제는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효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의제를 전면에 내건 선거운동은 좌파의 주요한 슬로건으로 자리를 굳히지는 못한 듯하다. 이른바 범야권에 의해 남용되어 의제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기초, 광역자치단체장 공방보다 더 주목해야 할 쪽은 교육감 선거였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은 무상급식과 공교육 강화, 혁신학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행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수구언론들이 ‘진보교육감’에게 이념공세를 퍼붓는 것은 이들 교육감이 기득권의 이해와 한국의 보수주의 프레임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반증한다.
보편적 복지 담론을 정책으로 생산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높여야 할 역할이 진보정당들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진보신당이 진보정당들의 기초, 광역의원, 광역단체장 및 진보교육감들의 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보신당 당발특위의 지방선거 평가와 당 진로 모색을 지켜보는 마음이 불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자노선이냐, 연합정치냐.” 당의 진로에 대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도식화된 것 같다. 여기에 심상정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 후 유시민 지지 발언과, 노회찬 대표의 ‘민주노동당과 통합’ 발언이 진로를 계속 뒤흔들고 있다. 당원들도 제각기 다양한 통로를 통해 불만과 전망을 함께 표출하고 있다.
이 혼란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당 외곽에서 소식을 부분적으로 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줄도 안다. 그럼에도 이제 당이 자신의 지향을 확고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과 사민주의
지금까지 진보신당은 사회민주주의적인 전망과 방법을 견지해 왔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군축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의회진출을 통해 노동자 계급과 서민 계층의 이해를 보호한다는 것이 진보신당의 지향이다. 지금까지 사민주의를 공공연하게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사민당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사회민주주의 혹은 사회민주당이라는 이름을 피해왔을까?
정말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이념과 가치는 낡은 것일까? 하지만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고 건설된 진보신당은 정말로 ‘새로운 진보’로서의 가치와 역량을 보여주었을까? 안타깝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지방선거의 분투의 결과로 25명의 기초, 광역의원을 낳았지만, 동시에 조직적 역량 또한 소진되었다.
조직과 가치가 따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원이 선도 탈당파와 전 민주노동당 비대위, 그리고 ‘촛불당원’으로 나뉜다는 분석은 당의 구성을 파악하는 데 유효하다. 그러나 촛불당원을 단순히 선도 탈당파의 견인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자칫 계몽주의에 경도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선도 탈당파가 어떤 지향과 가치를 제시하는지 모호하다는 게 난점이다.
그 점에서 당명을 사회민주당으로, 당의 이념을 사회민주주의로, 당의 로고를 붉은 장미로 전면에 내걸 것을 요구한다. 그 동안 좌파와 자유주의 사이의 어딘가에서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진보신당이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참여당과 친노 지지자들에게 입지를 위협받았다는 것을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진보’에 대한 강박을 버리자. 중요한 것은 “새롭다.”는 말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당이 한국사회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 헌 부대조차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지 않은가.
평소 생각해 왔으나 주저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들어와서 고민이 꽤 많아졌다. 주로 개인적인 것들에 몰입하다 보니 내 외부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적어도,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간판은 이제 그만 걸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이것도 일종의 우경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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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제 진보신당은 ‘붉은 장미’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붉은 장미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이 판에 있는 분들이야 잘 아시다시피 붉은 장미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상징이다.
이제 붉은 장미를 들 때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가 진보의 상징이 된 시발점은 1886년 5월의 헤이마켓 사건이다. 붉은 장미의 유래를 간략하게 설명한 모 신문기사는 진보신당 창당 당시 당명과 로고와 관련해 당내에서도 회자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모두 낡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다른 말이 아니었던 제2인터내셔널 시대를 지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맑스-레닌주의와 방법론에서 차별화가 두드러지면서 의회주의적이고 수정주의적인 경향의 정당으로 역사에 각인되었다.
1950~1970년대의 ‘황금시대’가 끝나고 세계경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유럽 사민당들도 전지구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 영향을 받았다. 복지비용을 삭감하고 노동을 유연화하며 금융시장을 적극 개방한다는 정책은 사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급을 위협했고, 집권 사민당들은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기존의 복지국가 노선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드러내면서 세계 각국에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고 있다. 좌파든 우파든 G20 정상회의와 관계 장관회의 등을 통해 금융시장 통제를 통한 위기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복지국가 시스템을 주요 사회연대전략으로 제시해왔던 사민당들로서도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다시 떠오르는 듯하다. 단순히 “케인스주의로의 회귀냐, 맑스주의로의 전향이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파괴된 사회안전망을 복구하고 무한경쟁사회에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일인 것이다.
발전 경로에 대한 불만 또는 전망
‘보편적 복지’와 사회안전망 복구가 전지구적 화두인 이 때, 무상급식 의제는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효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의제를 전면에 내건 선거운동은 좌파의 주요한 슬로건으로 자리를 굳히지는 못한 듯하다. 이른바 범야권에 의해 남용되어 의제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기초, 광역자치단체장 공방보다 더 주목해야 할 쪽은 교육감 선거였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은 무상급식과 공교육 강화, 혁신학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행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수구언론들이 ‘진보교육감’에게 이념공세를 퍼붓는 것은 이들 교육감이 기득권의 이해와 한국의 보수주의 프레임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반증한다.
보편적 복지 담론을 정책으로 생산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높여야 할 역할이 진보정당들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진보신당이 진보정당들의 기초, 광역의원, 광역단체장 및 진보교육감들의 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보신당 당발특위의 지방선거 평가와 당 진로 모색을 지켜보는 마음이 불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자노선이냐, 연합정치냐.” 당의 진로에 대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도식화된 것 같다. 여기에 심상정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 후 유시민 지지 발언과, 노회찬 대표의 ‘민주노동당과 통합’ 발언이 진로를 계속 뒤흔들고 있다. 당원들도 제각기 다양한 통로를 통해 불만과 전망을 함께 표출하고 있다.
이 혼란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당 외곽에서 소식을 부분적으로 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줄도 안다. 그럼에도 이제 당이 자신의 지향을 확고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과 사민주의
지금까지 진보신당은 사회민주주의적인 전망과 방법을 견지해 왔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군축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의회진출을 통해 노동자 계급과 서민 계층의 이해를 보호한다는 것이 진보신당의 지향이다. 지금까지 사민주의를 공공연하게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사민당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사회민주주의 혹은 사회민주당이라는 이름을 피해왔을까?
정말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이념과 가치는 낡은 것일까? 하지만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고 건설된 진보신당은 정말로 ‘새로운 진보’로서의 가치와 역량을 보여주었을까? 안타깝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지방선거의 분투의 결과로 25명의 기초, 광역의원을 낳았지만, 동시에 조직적 역량 또한 소진되었다.
조직과 가치가 따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원이 선도 탈당파와 전 민주노동당 비대위, 그리고 ‘촛불당원’으로 나뉜다는 분석은 당의 구성을 파악하는 데 유효하다. 그러나 촛불당원을 단순히 선도 탈당파의 견인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자칫 계몽주의에 경도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선도 탈당파가 어떤 지향과 가치를 제시하는지 모호하다는 게 난점이다.
그 점에서 당명을 사회민주당으로, 당의 이념을 사회민주주의로, 당의 로고를 붉은 장미로 전면에 내걸 것을 요구한다. 그 동안 좌파와 자유주의 사이의 어딘가에서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진보신당이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참여당과 친노 지지자들에게 입지를 위협받았다는 것을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진보’에 대한 강박을 버리자. 중요한 것은 “새롭다.”는 말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당이 한국사회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 헌 부대조차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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