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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2

유토피아 얇은 두께와 간결한 번역에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차. 읽히기는 술술 읽히되, 이건 흡사 무공비급을 눈앞에 두고 그림만 쫓다 뜻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몸짓만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새삼 고전(古典)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짓눌린 것만은 아니다. 옮긴이 주경철이 지적했듯이 하나의 유력한 개념이 하나의 책으로부터 나온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은 한 개념의 기원인 동시에 그 개념에 대한 편견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16세기 인문주의자들의 지적 난장이 그 위에 덧씌워지면서, 다층적인 텍스트는 독자를 꿈의 세계로 이끌어 끊임없이 농락하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 주경철 옮김 / 을유문화사, 2007)는 '이상향' 혹은 '낙원'의 대명사인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으로 제시한 책이다. 1516년 출간된.. 2009. 8. 27.
시오노 나나미 전쟁3부작 역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사료도 아니고, 유물도 아니고, 상상력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 유수의 고궁에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경복궁의 심장인 근정전 앞에 서서 임금의 행차를 떠올려 본다. 좌우로 늘어선 문무백관 사이를 걷는 왕의 마음은 어땠을까. 임금의 자리 위를 덮는 높다란 지붕과 등뒤의 일월오악은 임금의 어깨를 얼마나 무겁게 했을까. 역사의 현장이란 결국 상상력의 문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재생을 위해서는 상상력보다 사료가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료는 항상 부족하다. 이 때 사료와 사료 사이의 간격을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상상력은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역사를 탐구한다는 것은 종종 탐정의 추리와도 같다. 지금 보유한 자.. 2009.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