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에코2 유토피아 얇은 두께와 간결한 번역에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차. 읽히기는 술술 읽히되, 이건 흡사 무공비급을 눈앞에 두고 그림만 쫓다 뜻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몸짓만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새삼 고전(古典)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짓눌린 것만은 아니다. 옮긴이 주경철이 지적했듯이 하나의 유력한 개념이 하나의 책으로부터 나온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은 한 개념의 기원인 동시에 그 개념에 대한 편견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16세기 인문주의자들의 지적 난장이 그 위에 덧씌워지면서, 다층적인 텍스트는 독자를 꿈의 세계로 이끌어 끊임없이 농락하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 주경철 옮김 / 을유문화사, 2007)는 '이상향' 혹은 '낙원'의 대명사인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으로 제시한 책이다. 1516년 출간된.. 2009. 8. 27. [서평] 몽상과 상식 사이에서 균형찾기 (푸코의 진자 / 움베르토 에코, 1988) 이봐, 조심해. 세계의 제왕님(들)이 보고계셔 역사를 전공하든 혹은 그저 취미로 즐기든,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길목이 적어도 두 군데는 있다. 첫번째는 전쟁이고,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한 것이다.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나 동인 게임에서 종종 이름만 거론되곤 하는 '흑역사(黑歷史)'가 명칭상으로는 가장 부합할 게다. 통칭 '음모이론(theory of conspiricy)'이 바로 그것인데, 바로 미국의 건국과 세계제패를 '그림자 정부'의 음모에 의한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관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기존에 알던, 상식적인 역사해석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이 음모이론은 자기만의 논리로 세계를 해석하며 나름의 개연성을 얻어내기 때문에 언뜻 들으면 무척 합리적인.. 2008. 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