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노래한다2 1932년 9월 용정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 어쩌면 이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겠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대련에 출장 갔을 때, 답장을 보낼 걸 그랬네요. 그때도 몇 번이나 편지를 써볼까 해서 책상에 앉기도 했지만, 어쩐지 펜을 들면 보내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내가 왜 그랬는지 알게 될까요? 왜 편지를 쓰지 못했는지. 왜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말했는지. 지금 와서 가장 후회되는 건 내가 결국 사랑을 두려워하게 됐다는 점이죠. 열한 살 시절, 차가운 바다 속으로 들어가며 나는 내 인생에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더랬죠. 가슴으로, 어깨로, 목으로 밀려들던 그 차가운 물결처럼, 더 많은 기쁨이, 더 많은 고통이 내 몸을 감싸기를…… 그리하여 죽는 그.. 2010. 11. 15. 밤은 노래한다 0. 심연을 바라보는 자 그는 개가와 함께 모든 고통을 정복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고통은 가장 비참하다. 용기는 또한 심연에 있어서의 현기증도 몰아낸다. 그러나 인간이 서 있는 곳은 어디나 심연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곧 심연을 바라보는 것이다. F.W.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3부 환상과 수수께끼 중에서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2008)를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슬픈 사랑에 관해 노래했다. 1930년대의 만주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오로지 그 추억만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그녀를 추억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는 기억 하나만을 붙잡고 살아간다. 한 번도 어둠을 본 적이 없던 눈이 어둠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점점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심해 깊은 곳으로.. 2008. 12.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