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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3

현대성의 경험 근대(modern)라는 말은 이제 낡고 고루한 말이다. 그렇다고 포스트모던(post-modern)이 근대의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은 여전히 '현대'로 인식되지, 근대도 포스트모던으로도 인식되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지식시장의 트렌드로 소비되었을 뿐이고, 근대는 역사적으로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되는 탓이다. 무수히 생성되고 파괴되는 역사. 모더니스트 마샬 버만의 (윤호병, 이만식 옮김 / 현대미학사, 1994)은 책이 출간된 1982년을 배경으로 약 200년에 걸친 모더니즘의 역사를 풀어냄으로써 당대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모더니즘 공격을 방어한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 투쟁의 기록 자체도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작품은 묻는다. 모더니즘의 시대는 정말로.. 2009. 9. 19.
책 잡담 : 한나 아렌트와 SF 1. 벌써 8월이 반쯤 지나가고 있다. 방학도 거의 끝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은 참 새삼스럽게 빠르다. 2. 과 에 이어, 다음 책 세미나는 토머스 모어의 다. 주경철 씨 번역은 옮긴이 서문이 간결한 것부터 마음에 든다. 해제도 별로 길지 않고 본문 자체가 얇아 깔끔하다는 인상을 풍긴다(실제 독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참고자료들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어 역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능히 짐작케 한다. 오비디우스의 에서부터 조나단 스위프트의 일부까지 발췌하면서, 토머스 모어의 시대와 를 이해할 문화적 배경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어 꽤 친절하다. 무엇보다 토머스 모어와 당대 인문주의자들의 서한을 같이 실은 데에 만족감마저 느껴진다.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아직 본문은 보지 않았고, 일부러 참고자료부.. 2009. 8. 14.
차가운 벽 후임 사제가 전임 사제의 목에 '황금가지'를 꽂아죽인 뒤 새로운 사제-왕으로 등극하는 고대 로마의 의례는, 그 의례의 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이야기라는 모습을 빌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온다. 신화와 연극과 시로 버무려진 고대 제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었다. 소설은 인간을 해부한다. 소설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존재해왔다. 고대 제의가 제 형태를 잃고 망각되어가면서 그 역할은 소설이 대신했다. 소설 역시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해석은 소설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당의정으로 바라보는 측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문학 그 자체의 밀도와 .. 2009.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