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1 다뉴브 『다뉴브』(문학동네, 2015) 여러 민족정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동쪽과 서쪽, 남쪽에는 바다가 있고 북쪽에는 전선이 있는 이 나라에서, 육지의 경계를 넘어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생경한 일이다. 그러니까 땅에 그어진 경계를 넘어 낯선 이들과 만나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경험을 우리는 좀체 해보지 못한 셈이다. 해방과 전쟁, 분단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은 명목만 반도인 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땅에 사는 우리가 정말로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민족(‘다른 민족’이자 ‘떠나온 민족’)이었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 다른 인간들끼리 만나 부대끼고 피를 흘리고 살을 섞으면서 나온 게 우리다. 다만 우리가 역사를 상상하는 방식,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상상.. 2015. 5.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