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운1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는 이제 너무나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린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이 망쳐놓은 세상에도 어떻게 생명이 자라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탐색한 민속지다. (보통은 작가거나 신문 기자, 편집자인) 눈 밝은 독자들이 이 책의 존재를 알아보고는 기꺼이 ‘올해의 책’으로 올려놓고 있다.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잠식당해 죽어가는 지구’라는 이미지에 절망하기보다, 폐허가 된 산업비림 속에서 더욱 잘 자라는 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버섯(트리콜로마 마쓰타케)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인간 대 비인간, 문명 대 자연이라는 이분법을 가로지르려는 서술이 그 어떤 대안보다 희망적으로 읽혔기 때문일 것이다(지은이는 ‘협력적 생존’이라는 말로 독자들을 송이버섯의 세계로 이끄는 .. 2023. 12.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