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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2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렉세이 유르착의 (김수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9)를 읽었다. 저자 스스로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로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비에트 체제가 갑작스럽게 무너졌을 때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납득해버린 동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소비에트의 다중적인 담론적 실천을 설명하기 위해 꼭 수행성 이론과 들뢰즈/가타리를 끌어와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억압 대 저항, 질서 대 자유, 위선 대 정의라는 '전체주의' 소련 비판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문화적 실천이 지배적인 담론에 얼마나 크게 의지하며, 그와 동시에 지배적인 담론을 본래의 의도와 달리 내파할 수 있다는 것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사회주의적 가치에 경도되지 않으면서도 이를 일상 속에서 갱.. 2019. 10. 27.
책에 따라 살기 - 유리 로트만과 러시아 문화 『책에 따라 살기 - 유리 로트만과 러시아 문화』(문학과지성사, 2014) 로트만 연구자 김수환의 『책에 따라 살기』는 아무도 그렇게 살려 하지 않는, 혹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태도를 다룬다. 책을, 문학을 일종의 문화적 코드이자 삶의 모델로 삼고 이를 실천하려는 태도 말이다. 김수환은 책에 수록된 첫번째 논문 「책에 따라 살기: 러시아적 문화 유형의 매혹과 위험」에서 러시아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특히 18세기 이래의 러시아에서 사실상 "독자들에게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책에 따라 살 것이 요구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당대 러시아 사람들에게 푸쉬킨이란, 톨스토이란, 도스토옙스키란 단지 저자일 뿐만 아니라 삶의 모델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론가이자 기획자이기.. 2014.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