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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3

혁명론 여전히 '혁명'은 불온한 말이다. 그 말이 품고 있는, 권력 획득을 향한 강렬한 파토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파괴. 폭력을 수반하기 마련인 혼란. 혁명에 대한 가장 맹렬한 이미지는 1789년 프랑스 혁명과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나왔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혁명에 대한 환호와 거부는 폭력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종종 단순화되고 오해되었다. 이런 '폭력=혁명' 이라는 도식은 혁명의 의미를 좁힘으로써 변혁의 가능성을 막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개혁 혹은 개량의 범주 안에 혁명을 묶어버리는 시도로 이어지곤 한다. 하물며 쌍용자동차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용공분자'로 몰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국가전복행위'로 탈바꿈하는 '지금/여기'야 더 말할 것이 없다(경향신문, ).. 2009. 8. 12.
인간의 조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다른 걸 다 떼어놓더라도,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의 오랜 화두는 그것이 풀리지 않았으므로 유효하다. 사실상 철학의 테마 대부분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들을 사유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물론 생물학과 심리학이, 혹은 그의 교접들이 인류의 미스터리를 거의 독해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이진우, 태정호 옮김 / 한길사, 2002)의 저자 한나 아렌트는 그것을 새삼 인간이 지구 위에 발딛고 있음에서 찾는다. 책이 출간되었던 1958년의 상황-구 소련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고, 원폭으로 전 세계가 멸망할 수 있다는 묵시론적 위기감이 팽배하던 당시-을 떠올린다면 인간이 지구 밖을 나서는 상상이 단순히 아이디어의 차원이 아니.. 2009. 7. 30.
젊은 남자의 활력에 대한 애정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 시오노 나나미)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으로 처음 시오노를 만났을 때, 장르의 구분을 넘는 문체와 구성에 매료되었다. 그녀의 전작들, 예컨대 '바다의 도시 이야기'처럼 길지도 않았고, 간결하고 깔끔한 서술 덕에 읽기도 쉬웠다는 점이 고등학생 때 그것을 손에 들게 된 주 요인인 듯 싶다. 그 뒤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나 '레판토 해전' 등의 전쟁 3부작 두 편, '사일런트 마이노리티(국내에서는 '침묵하는 소수'로 이름을 다시 바꿔 재판)'나 '나의 인생관은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등의 에세이를 살펴보며 이 괴팍한 할머니의 삐딱한 시선을 조금은 경계하게 되었다. 어느 만화 스토리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역사서술은 동인지-그 중에서도 남성 동성애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화들-를 연상케 한다. 특히, '남성.. 2005.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