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세1 삼십세 『삼십세』(잉에보르크 바흐만,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94) 내가 과거에 했던 어리석은 일 중 하나는 책을 소리내어 읽던 동생을 몹시 미워했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입에서 내는 소리로 내 독서가 방해받길 원치 않았다. 바로 그 행위, 종이 위에 새겨진 문장을 또박또박 읽어내리는 것을 나는 원치 않았다. 열한 살의 나는 그렇게도 작았다. 내 작은 세계 안에서 조용히 글에 빠져들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내가 해야 했던 건 그녀의 낭독에 귀를 기울이고, 나 또한 낭독으로 화답하는 것이었다. 『삼십세』 속의 단편 「삼십세」의 마지막 문단을 읽어내려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서른이 되리라는 생각을 좀체 해 보지 않았던, 지나온 과거를 향해 "나는 하지 않았어" 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과거의 그를 잊지 않.. 2013. 5.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