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9

아가씨 그리고 곡성 월요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를 봤고, 화요일에는 나홍진 감독의 을 봤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에서는 헐겁지만 예쁜 인형극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팀은 '박찬욱 월드'의 디테일을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나는 이 스타일로 가득한 영화에서 어떤 해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원작의 통속성을 좀 다르게 바꾸고 싶은 욕망은 막연한 희망을 환상적으로 그려 보이는 데 그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낭독회 씬은 공간을 향한 집요한 탐미주의가 빛을 발할 때다. 문소리와 김민희가 번갈아가며 연기한 장면들은 어쨌거나 강렬하다. 은 그 자체가 교묘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터무니없이 숭고한 궤변이다. 영화는 넓게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 좁게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진이 요약하듯이 인간은 '카오스의 공.. 2016. 6. 8.
작가의 죽음 앞에서 트위터로, 한RSS로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접했다. 그의 나이 서른 두 살.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말에 내 마음도 쓰리다. 빈곤이라는 점에서 그와 나는 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 때 찍은 단편영화로 주목받던 한 작가는 차가운 방 안에서 혼자 죽어갔다. 설도 되기 전에. 그렇게. 나는 그의 죽음이 슬픈 한편, 화가 난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도 좋고, 재원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좋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났다. 화를 내야 한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그는 '문화 산업'이라는 맷돌, 더 크게는 자본주의라는 '사탄의 맷돌'에 갈려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작가로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든 음악이든. .. 2011. 2. 8.
<요시노 이발관> : 마을. 우리의 '비빌 언덕' PD저널 (13) 요시노 이발관 ========================================================================== ‘마을’이란 아무래도 고즈넉한 것이다. 개울엔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집들은 옆집을 내리누를 만큼 높지 않아 여기가 다툼 없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아이들은 한없이 착하고, 어른들은 전통이 안정감 있게 유지된다는 자긍심에 늘 뿌듯한 공동체. 하지만 이 고요한 안정감은 한 소년의 전학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학생은 마을 아이들의 머리대로는 도저히 못 자르겠다고 선언해버린다.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동그란 바가지 머리였기 때문이다. (2006)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2004)을 통해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을 .. 2009. 7. 29.
<블룸형제 사기단> : 내겐 너무 나긋한 가면놀이 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영광의 탈출’이 울려 퍼지는 MBC 에서였는지, 일요일 오전 11시쯤이면 어김없이 옛날 영화를 틀어주던 KBS 1TV의 모 영화 프로그램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전사기극 하면 떠오르는, 나긋하지만 예리한 폴 뉴먼과 한창 혈기왕성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펼치는 장면들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 있다. 속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속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행복한 사기극이란 이 고전적인 테마는, 현대에 와서 가뜩이나 서로 속고 속이는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기분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2009)의 주인공 블룸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구라에 도가 터 이제는 절정에 달한 유명한 사기꾼들이다.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여심을 녹이는 동생 블룸(애드리언 브로디)은 두뇌플.. 2009.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