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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42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메멘토, 2016)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회계의 역사를 일별하면서 회계를 통한 재무적 책임성이 국가와 문명의 번영과 몰락에 매우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이때 재무적 책임성으로 번역된 accountability는 회계accounting를 통한 책임성responsibility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회계(학)와 자본주의를 동일시하면서 '건강하고 올바른 자본주의'를 제시하는 등 책에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주장이 들어 있다. 국내 학자가 쓴 부록에는 개성 상인의 복식부기 발견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자생적 자본주의'까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르네상스 시기에 본격적으로 창안된 복식부기 회계에 신에 대한 믿음이 녹아 들어 있고(니체가 『도덕의.. 2016. 5. 29.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한병철,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 철학에는 역사가 없다는 것, 그러니까 보편을 지향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 그가 푸코를 비판할 때 역사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다는 데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참고문헌에 통치성과 관련한 논문들ㅡ토마스 렘케와 피터 밀러의 것ㅡ이 언급되었다는 데 두 번 놀랐다. 한병철은 권력이 자유를 관통해서 작동한다는 견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만, 그 권력이 자유주의 통치성이라는 것과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역사는 무시한다. 한편으로는 한병철이 권력의 피안에 놓는 종교-친절함-피로라는 항이 과연 긍정할만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싹튼다. 그가 『피로사회』에서도 강조한 '깊은 피로감,' 그러니까 존재에 깊이를 더해주고 에고에 영감을 불어주는 피로를.. 2014. 5. 2.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헬렌 야페, 류현 옮김, 김수행 감수, 실천문학사, 2012)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에서 파헤치는 체 게바라를 두고 국내 서평꾼들은 "경제 관료로서의 체 게바라" 혹은 "정치경제학자로서의 체 게바라"에 주목하는 듯하지만, 나는 "경영자로서의 체" 혹은 "경영학자로서의 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체가 국가를 하나의 공장, 즉 기업으로 간주하고 국가의 모든 물적, 인적, 지적 자원을 전략적으로 동원하고 배치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그 우파적 버전을 이명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저자 헬렌 야페는 쿠바 혁명 이후 체가 1959~1964년 사이에 국립은행 총재, 국립농업개혁원 산하 산업화부(산업부흥부) 부장, 산업부 장관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구상하.. 2013. 4. 19.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1. 이번에 읽은 책은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장상환 옮김 / 책벌레, 2000)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기 전에 경제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다음 단계로 『다시 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2.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독자층을 분명하게 잡고 있다. 바로 노동계급이다. 리오 휴버먼은 미국의 좌파 잡지 의 창간자 겸 편집자로서 평생을 살았다. 노동자 대중이 근대 경제사를 알기 쉽도록 하기 위해 흥미로운 사례를 인용하고, 경제학적 개념은 최대한 성실하게 풀어 썼다. 자본주의의 형성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휴버먼의 입담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야기꾼의 재능과 지적 성실성이 대중을 향해 결합할.. 201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