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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7

엔더의 게임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오슨 스콧 카드,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2008)은 언젠가 렛츠리뷰 상품으로 올라왔던 걸로 기억한다. 지난 달에 막 재개장한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 『엔더의 게임』 원서가 어린이 영서 코너에 진열된 걸 보았다. 페이퍼백 버전답게 거친 종이질에 쿼티 타자기로 타이핑된 듯한 글자가 인상적이었다(도통 지저분해서 아무리 애들이라도 어떻게 읽으려나 싶을 정도로.). 띠지에서는 이 책을 'SF·판타지의 컬트 클래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띠지의 수사만 제외한다면 소설은 더 없이 훌륭하다. 이야기의 골격은 단순한 만큼 단단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전개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엔더에게 주어지는 모든 시련이 '게임'이라는 설정은 현실과 게임 사이의 역전된 관계-게임은 현실의 모방이지만, .. 2010. 10. 7.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한국에서 환상문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판타지소설’을 쓴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판타지소설이 대개 RPG의 매너리즘적 축소재생산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면 그렇다. 여기서 김민영의 나 김상현의 가 게임과 현실, 그리고 게임과 소설 사이의 긴장을 영리하게 포착한 판타지소설이란 점에서 국내환상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이랄 수 있으며, 기존 판타지소설의 유통구조 안에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구축했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환상문학과 판타지소설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출판/유통방식에 있다. 판타지소설이 PC통신/인터넷의 창작물을 출판하여 혹은 전업작가를 기용하여 대여점/만화방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상업화되었다면, 환상문학은 대여점 중심의 출판을 포기하고 웹진이나 등을 통한 비주류 루트 혹.. 2009. 2. 24.
[렛츠리뷰]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의 '별을 쫓는 자'(원제 Eye of Cat, 김상훈 역, 북스피어)은 인디언인 나바호 족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윌리엄 블랙호스 싱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사냥꾼이자 주술사(메드신 맨)로서, 일족의 마지막 후예다. 그리고 지구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과 교역을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씨족의 숨겨진 이름인 '스타트래커'('별을 쫓는 자') 그대로, 그는 우주를 헤집으며 수많은 행성에 흩어져 있는 괴물들을 사로잡아 지구로 가져간다. 그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되었으며, 수 세기 동안을 냉동수면과 의학기술로 연명하여 아직도 중년의 외모와 체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알고 은둔에 들어간다. 그의 마음은 너무 늙었고 지쳐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스트레이지인 암살.. 2008. 11. 6.
[서평] 베오울프 (닐 게이먼, 케이틀린 R.키어넌, 2007) (스포일러 있음) 1. M 어렸을 때 동네에 M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속칭 '좀 모자란 아이'였던 그는, 그러나 여느 또래의 보통 아이들과 같이 일반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지만)를 다녔다. M의 일상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보라고 무시당하는 건 예사. 그 고만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완력으로나 지력으로나 열세였던 그는 가끔 대소변을 잘 못 가렸고, 그예 곧잘 맞고 괴롭힘당했던 것이다. 그래도 M은 항상 웃으며 다녔다. 지금도 허허거리며 웃는, 그 바보스러운 웃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M도 화를 낼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것이다. 어느 날 반에서 여느 때처럼 그를 갖고 노는 아이들에게 "아, 그만 괴롭히라고!!!" 라며 큰 소리로 화를 내었다. 아이들은.. 2008.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