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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8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한국에서 환상문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판타지소설’을 쓴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판타지소설이 대개 RPG의 매너리즘적 축소재생산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면 그렇다. 여기서 김민영의 나 김상현의 가 게임과 현실, 그리고 게임과 소설 사이의 긴장을 영리하게 포착한 판타지소설이란 점에서 국내환상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이랄 수 있으며, 기존 판타지소설의 유통구조 안에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구축했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환상문학과 판타지소설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출판/유통방식에 있다. 판타지소설이 PC통신/인터넷의 창작물을 출판하여 혹은 전업작가를 기용하여 대여점/만화방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상업화되었다면, 환상문학은 대여점 중심의 출판을 포기하고 웹진이나 등을 통한 비주류 루트 혹.. 2009. 2. 24.
차가운 벽 후임 사제가 전임 사제의 목에 '황금가지'를 꽂아죽인 뒤 새로운 사제-왕으로 등극하는 고대 로마의 의례는, 그 의례의 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이야기라는 모습을 빌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온다. 신화와 연극과 시로 버무려진 고대 제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었다. 소설은 인간을 해부한다. 소설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고 싶은 욕망은 항상 존재해왔다. 고대 제의가 제 형태를 잃고 망각되어가면서 그 역할은 소설이 대신했다. 소설 역시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해석은 소설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당의정으로 바라보는 측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문학 그 자체의 밀도와 .. 2009. 1. 24.
스타십 트루퍼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직면하는 문제가 있다. 군대.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피해보려고 간장을 타먹기도 하고, 가짜 진단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괄약근에 힘을 주기도 한다. 개인의 손해라는 측면이 아니라 이념으로 접근하는 이는 전쟁과 군대 그 자체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의 청춘을 군대에 바친다. 국민의 4대 의무로서, 이를 완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민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가산점 따위의 사탕발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나라가 남자를 군필자와 미필자, 쉽게 말해 예비역과 아직 군대 안 갔다온 놈으로 구분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한민국이 아직도 병영사회의 틀을 벗지 못한 구시대성으로 해석하든, 권리를 행사하기 전.. 2009. 1. 2.
[렛츠리뷰]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의 '별을 쫓는 자'(원제 Eye of Cat, 김상훈 역, 북스피어)은 인디언인 나바호 족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윌리엄 블랙호스 싱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사냥꾼이자 주술사(메드신 맨)로서, 일족의 마지막 후예다. 그리고 지구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과 교역을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씨족의 숨겨진 이름인 '스타트래커'('별을 쫓는 자') 그대로, 그는 우주를 헤집으며 수많은 행성에 흩어져 있는 괴물들을 사로잡아 지구로 가져간다. 그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되었으며, 수 세기 동안을 냉동수면과 의학기술로 연명하여 아직도 중년의 외모와 체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알고 은둔에 들어간다. 그의 마음은 너무 늙었고 지쳐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스트레이지인 암살.. 2008.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