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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진7

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25) 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영화의 관객성 분석을 통해 관객의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하다 요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만 같다. 우리는 집에서 VOD로, 길거리에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천만 관객 영화’에 대한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굳이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우리가 어째서 굳이 극장을 찾는 것일까. 그만큼 천만 명의 관객이 보는 영화에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에 모이는 천만 명의 ‘무리’는 대체 누구일까. 거기에서 어떤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 2016. 7. 26.
안온함이 제거된 가족… ‘금융 리터러시’로 무장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 (2016. 03. 28) 안온함이 제거된 가족… ‘금융 리터러시’로 무장서동진 교수, 금융화에 침윤된 우울한 가족의 사회학 우리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돈이 없다.” 그렇다. 우리는 보통 돈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돈이 있어야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으며, 돈을 벌기 위해 매일같이 노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노동을 하는 경제생활의 정반대편에 가족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돈이 있어야 가족도 부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가족의 품 안에서는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사회생활에서 얻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동진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교수의 「우울한 가족: 금융화된 세계에서의 가족과 정동」(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2016. 5. 28.
변증법의 낮잠 : 적대와 정치 『변증법의 낮잠』 (서동진, 꾸리에, 2014) 『변증법의 낮잠』은 '변혁'이란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세계를 다룬다. 그러니까 거대한 변화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니 우리의 문제를 올바른 제도와 정책을 통해 수정, 보완하거나 작은 공동체를 꾸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안분자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세계 말이다. 그런 삶의 지향이 그리 멀지 않다는 건 금세 알 수 있다. 페이스북만 해도 그런 모임이 넘쳐 난다.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혹은 거대 서사에 신물이 난 사람의 꿈을 담은 각종 기관과 단체가 페이스북 그룹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 모임이 시시하다거나 별 것 아니라고, 결국 지자체의 예산이나 구성원의 변덕스런 인간관계에 좌지우지될 뿐인 무력하고 취약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웃는 것은 .. 2014. 12. 15.
폭력으로서의 사랑, 사랑으로서의 혁명 "과거의 연애가 현재의 연애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문득 연애는 매번 주사위 놀이 같은 것이라고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녀가 얼마나 과거에 헌신적이었든 상관없이, 누구를 만나 어떻게 연애할지는 전적으로 운에 달렸다(즉, 누군가 연애를 못하는 건 그/녀가 매력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연애는 늘 외부로부터 온다. 우리는 너무 자신에게 몰입하는 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연애는 언제나 벼락 같은 것, 순수한 의미의 폭력, 외상(trauma)이라고 해야겠다. 다만 연애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종종 자기 삶의 방식에 따른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했던 연애의 성격은 바로 우리가 이별하는 습관에서 드러날 것이다. 죽은 자의 유령이 산 자의 어깨를 내리누른다는 말을 바꾸면, (시간.. 2014. 5. 2.